가을로 접어드는 9월의 첫날은 오송참사 49재날이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생사를 달리 하게 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 생존자들을 위로하기에도 벅찬 날이지만, 직후 전해진 소식은 충북도와 청주시의 기습적인 분향소 철거였습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오송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투쟁과 연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 기록적인 폭우 속에서 소중한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참사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입니다. 14명이 희생된 오송참사, 이는 기후위기 시대 단지 극한의 폭우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호우경보와 홍수경보가 발령된 비상상황이었고 이미 수십 차례 신고가 접수되었지만, 담당 기관들이 무시로 일관하며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강폭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낮게 쌓은 제방으로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지하차도가 침수됐습니다. 지난해 말 이곳은 홍수취약 하천으로 지정되기도 해 충분히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지만, 적절한 대책 없이 방치해왔습니다. 그러다 7월 15일 당일, 이미 폭우 예보가 있었고 경보가 발령되고 신고가 접수되는 등 대응이 필요하다는 신호가 계속 울렸음에도 현장 이동 통제조차 하지 않으면서 참사가 된 것입니다.
지역의 강과 도로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충청북도, 재난 발생시 관할 구역에 필요한 긴급조치를 취해야 하는 청주시, 잘못된 제방공사를 진행해온 행복청, 오송참사는 이들 기관 모두가 각기 수행해야 하는 역할과 의무를 저버리면서 발생한 참사입니다. 참사로 만든 데 모두가 책임이 있지만,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만 할 뿐입니다. 유관기관들이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관재(官災)’였다고 정부도 감찰조사를 통해 밝혔지만, 수사 의뢰와 징계조치는 말단의 실무자급에만 그쳤을 뿐입니다. 상명하복의 위계조직에서 최종적인 책임자로서 가장 큰 권한을 갖고 있는 기관장들에 더 많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정의를 세우는 일입니다.
오송참사를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피해자들과 함께 우리 인권단체들도 진실과 정의를 세우는 걸음에 함께 합니다. 참사의 책임은 그토록 서로에게 미루던 이들 기관들이 참사의 기억을 지우는 분향소 철거에는 그토록 합심하는 모습에 분노하며 규탄합니다. 참사 이전에는 무방비로, 참사 당일에는 무관심으로, 참사 이후에는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들 기관의 최고 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하여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이들 기관의 최고 책임자인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행복청장이 부여받은 권한과 의무를 어떻게 수행하거나 하지 않았는지 제대로 묻는 것은 반복되는 재난참사 대응 실패를 전환하는 시작일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을 위한 걸음에 우리 인권단체들은 오송참사 피해자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오송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2023년 9월 11일
4.16연대,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난민인권센터, 다산인권센터,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운동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