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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돌고 돌아 지금 여기

전시연 님을 만났어요

입시학원 강사에서 공무원으로, 이제는 치킨집 사장님이 되어 글 쓰는 작가를 꿈꾸는 시연님을 이번달 후원인 인터뷰에서 만나 보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특별한 아무나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 솔직하고 즐거웠던 인터뷰,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약소하게 후원하는데 인터뷰를 하게 되어 부끄럽네요. 저는 현재 열심히 치킨을 튀기며 밥벌이를 하고 있는 전시연이라고 합니다.

시연 님을 알고 지낸 지 꽤 오래됐는데요. 한 번도 ‘사장님’이 된 후원인을 상상해본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자영업자가 되신 건가요?

어느 날 눈 떠 보니 스타가 되어있더라는 말 있잖아요. 우습게도 저도 정신을 차려보니 치킨집 사장이 되어있더라고요.((웃음)) 요즘 MZ세대들의 미덕은 ‘내가 하고픈 게 뭔지’ 아는 거라고 하던데, 저는 조금 성급하게 태어난 탓에 그런 생각을 할 겨를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공부를 시작했어요. ‘있는 집’ 자식도 아니고 특별히 잘난 것도 아니니, ‘공무원이 최고 출세다‘ 라는 나름 논리적인 생각을 했던 거죠. 노량진을 잠시 기웃거리다 ‘이거 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고향인 부산으로 철수했어요. 서른을 코 앞에 둔 시점이었는데, ‘애들’이나 가르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수학 강사 일을 시작했어요. 우습게도 수학 강사가 수학이 너무 어려워 학원에서도 도망치고 말았구요.((웃음))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공무원 공부를 시작해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그놈의’ 공무원이 되긴 되었죠.

드디어 안정된 삶을 살게 될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제 팔자에 쉽게 오지 않더라고요. 5년 공부 끝에 시작한 공무원 생활은 1년 6개월 만에 끝났어요. 공무원 사회의 조직 문화에 KO패를 당했다고나 할까요. 어렵사리 된 공무원마저 관두고 나니 그제야 제가 보이더라고요. 조직에 얽매이기도 싫어하고 조직 내 인간관계에서도 환멸을 느낀 저에게 이제라도 ‘생긴 대로’ 살 기회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의미에서 남편과 단둘이 하는 자영업은 제 적성에 딱 맞는 일이라고도 생각합니다.((웃음))

말이 좋아 사장이지 실은 상당히 고된 일일 거 같아요. 어떨 때 힘들고 어떨 때 즐거운가요?

돌이켜 보니 돈을 버는 일이 쉬운 적이 없었는데, 장사도 역시 쉽지는 않네요. 가게 문을 열고 남편과 매일 하는 일이 그날의 매출을 점쳐보는 거예요. ‘철밥통’ 월급쟁이가 싫어서 공무원을 관두고 장사를 하는 저도 요즘 같은 불경기엔 ‘월급쟁이들은 그래도 한 달 개기면 월급이라도 나오지.’ 이런 말이 절로 나오네요.((웃음)) 동시에 ‘돈벌이가 전부가 아니다’, ‘여긴 내 직장이고 나는 사장이다.’ 이런 과하디과한 생각으로 저를 무장하고는 양념치킨 양념의 양을 조절해보고, 치킨을 30초 더 튀겨보기도 합니다. 아주 아주 작은 일이지만 내가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만족스럽기도 하고 즐겁기도 합니다. 사실 몸은 엄청 고됩니다. 그런데 맛있다는 손님들의 칭찬(별점 테러 리뷰는 제 손을 부들부들 떨게 하지만요. 흐흐)과 느리게나마 줄어가는 빚(언제쯤 빚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돈을 모으며 장사할 수 있을까요? 하~)이 오늘도 가게 문을 여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드라마 작가를 희망할 정도로 시연 님은 제가 아는 이야기꾼 중 단연 최고의 이야기꾼입니다. 시연 님이 생각하는 이야기의 힘은 무엇인가요.

스스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야기를 좋아하고 상상하기를 좋아합니다. 어떤 면에서 먼 길을 돌고 돌아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데, 가끔 그 긴 시간 글을 쓰는 데 썼더라면 어땠을까, 지금쯤 책 한 권은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으로 아쉬움을 달래곤 합니다. 소설을 무척 사랑하는데요. 다독하진 못하지만 이야기를 손에서 놓기가 겁이 날 정도죠. 이야기로 만날 인물이 없으면 약속이 없어 만날 사람이 없는 것처럼 외롭답니다. 이야기를 통해서 온갖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다 보면, 말로 표현해내기 어려운 어떤 것들이 가슴에 한 겹 한 겹 쌓여 마음이 풍부해지는 걸 느껴요. 타인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내 좁은 세계가 또 조금 확장한다는 점에서 이야기에는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연 님이 지향하는 사회의 모습이라는 게 있을까요?

요즘은 정말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 같아요.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라는 관용어구가 요즘 세상엔 틀린 말이 되었죠. 오로지 남들보다 좋은 대학을 가고, 남들보다 좋은 직업을 가지고,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하는 경쟁해야 하는 세상이 결국 돈이면 다 되는 세상으로 귀결되는 거 같아요. 누군가를 이기지 않고 다 같이 잘 사는 게 목표인 사회를 상상해보는데요. 그런 세상을 제 식대로 표현해보자면 ‘생긴 대로 사는’ 사회예요. 사람들이 스스로 ‘생겨먹은’ 상태를 부끄러워하거나 혹은 어떻게 생겨먹었나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이 고통스럽게 살아가잖아요. 세모로 태어났으면 각지게, 동그라미로 태어났으면 둥그렇게 인정하고 존중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다면 세모도 동그라미도 사는 게 덜 힘들지 않을까요?!

일상 속에서 휴식은 어떻게 확보하고 계신지, 삶의 소소한 기대나 꿈 같은 게 있다면 들려주세요.

가게 일을 하느라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 일주일에 한두 시간이라도 글을 쓰고 있어요. 그게 저에겐 일종의 휴식이고, 그러고 나면 일상이 또 조금 풍성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과거에 저에게 꿈은 이뤄야만 하는 것이었고, 이룰 수 없는 꿈은 고통이었죠. 그런데 이제 꿈을 꿔보는 그 자체가 쉼이 되는 거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집을 지어 가족들(남편, 더기, 꼬야, 두부-제가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예요)과 평온하게 살면서 글을 쓰는 꿈을 꾸는 일이 저에게 쉼을 가져다주는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권운동사랑방에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요즘같이 제 살기 바쁜 시대에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애쓰고 열심인 활동가들을 보면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 저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지요. 여러분들과 같은 사람들이 늘 있어왔기에 세상이 좀 더 괜찮은 곳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