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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평등속으로, 함께 뚜벅뚜벅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활동가 대회에 다녀왔어요!

지난 6월 21~22일 1박 2일 동안 충북 오송 홍대 국제연수원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활동가 대회 ‘평등속으로’>가 열렸습니다. 사랑방에서도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몽과 대용, 전 담당자였던 미류까지, 세 명의 활동가가 함께 했습니다. 5년 만에 열린(!) 나름 대규모(!) 활동가 대회를 다녀오고 나니 각 순서별로 어떤 논의가 이루어졌는지를 자세히 소개해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왠지 ‘느낌적 느낌’의 소회를 더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의 동료들이 한 자리에

 

“참… 신기한 운동이야.”

 

활동가 대회에 다녀오고 난 직후 제가 동료들에게 제일 많이 한 말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반차별공동행동’ 당시에도 함께 했던 활동가부터 소속단위에서 이제 막 담당을 맡게 된 활동가까지, 그리고 함께 전세버스를 타고 달려온 서울 지역부터 비행기를 타고 당도한 제주 지역 활동까지. 전국 각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일구어가고 있는 70명의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풍경이 문득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졌달까요. 차별금지법 제정이 이토록 오랫동안 제도정치에 가로막혀 왔고, 대국회 투쟁 이후 차제연의 활동이 일종의 ‘소강기’에 있기도 했고, 22대 국회가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빈말로라도 향후 입법 전망이 밝다고는 할 수 없고, 여기 모인 70명은 각자의 지역과 현장에서 세상 최고로 바쁜 사람들일 텐데… 왜 이렇게 많이 왔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차제연 집행위원들이 ‘꼭 와야 한다’며 단위별로 조직을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요 ^^)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자기 운동과 연결 짓고 또 자기 운동으로 삼게 된 사람들이 그만큼 더 많아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부터 차별금지법을 어떻게 제정해 낼 것인지 전망과 계획에 골몰해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오히려 활동가 대회에 다녀오고 나서는 2019년 부산에서 열렸던 <지역 차제연 네트워크 워크숍 ‘반차별 전국열차’>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2019년과 2024년, 그 사이에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쌓아 올린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되고요. ‘활동가들이 왜 이렇게 많이 온 것 같아요?’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하는 제게 한 동료가 내놓은 답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야외 긴 계단을 빼곡하게 채운 각 지역․단위의 운동과 활동가들이 서로 연결되고 동료가 되어 온 시간. ‘차별’이 인간 개개인의 삶을 짓누르기도 하지만 왜 공기 같이 느껴지는 문제인지, 왜 공동체와 공존의 가능성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드는 문제인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기 위해 함께 분투해 온 시간. 제도화를 경유해 이루고 싶은 운동의 지향을 등대 삼아 서로의 전망을 밝혀 온 시간. 생각해보니 지난 5년은 이 시간들을 쌓아온 과정이었구나 싶습니다.

 
   2019년 ‘반차별 전국열차’ 와 2024년 ‘평등속으로’

 

차별-금지-법 세 단어를 합쳐서 이루고 싶은 것

 

“차별-금지-법. 셋 중에 좋아하는 단어는 딱히 없는데 셋을 합치면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 됩니다.”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누군가와 차별금지법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되는 건 매번 반갑고 신나는 경험인데요. 얼마 전 『체공녀 강주룡』,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등을 쓴 박서련 작가의 인터뷰를 우연히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 문장을 읽는 순간에 활동가 대회에서 만난 수많은 동료들이 떠올랐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우리에게 필요한 ‘법’이지만 또 동시에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언제나 이루고 싶은 것은 ‘평등을 말하는 사람들’과 함께 제정의 과정을 겪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활동가 대회에서 나눈 논의들 역시 평등을 도모할 이들을 마을과 지역, 운동의 현장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정치가 유예한 차별금지법이 있는 미래를 어떻게 우리가 현재의 운동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단기간의 집중적인 입법 투쟁보다 제정을 위한 중장기 전망과 계획 속에서 ‘평등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보자는 다짐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으로 드러날지는, 계속 또 지켜봐 주세요 :)

 

“사실 요즘 제가 하는 활동이나 제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을 우리 사회에서 원하지 않는 것만 같아서 불안하고 슬프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만나고 이야기하고 나니 좀 더 살아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사실 요즘 저는 많이 지쳐있거든요. (무려 활동가 대회에도 심지어 38페이지 짜리 70명분의 자료집을 들고 1시간 늦게 도착하는 만행을… 물론 정규 프로그램에는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하하하!) 그런데 활동가 대회에서 소감을 나눠준 동료 덕분에 전염된 용기를 얻었습니다. 활동가 대회 평가도 해야 하는데 ‘아니, 이거면 됐지 뭘’ 하는 생각도 들고요. 2024년 하반기는 이 작고 소박한 힘으로 제정 운동을 계속해나가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