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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우리 함께 움직여보자, ‘가자, 체제전환 공동행동’

인권운동사랑방이 열심히 함께하고 있는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에서는 10월부터 ‘가자 체제전환 공동행동’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실천을 시작했다. 10월 5일 ‘우리는 팔레스타인 해방자’ 집회부터 10월 17일 ‘빈곤철폐 퍼레이드’ , 11월 2일 학생인권법 제정 촉구집회,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까지 이어지는 체제전환운동이 함께 서고자 하는 투쟁의 현장에서 공동실천을 펼쳐보자 것이다. 그렇게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깃발도 맞추고, 9월 기후정의행진때 개시한 ‘체제전환 양말’도 잔뜩 들고서 조직위원회 동료들이 함께 준비한 투쟁에 힘차게 연대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권 퇴진이라는 ‘정세’

‘가자, 체제전환 공동행동’이 기획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윤석열 정권 스스로 자초한 ‘정치 스캔들’로 인해 ‘정권 퇴진/탄핵’이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 ‘정세’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이렇듯 광범위한 실망과 냉소는 이례적이다. 이건 윤석열의 당선으로 표출된 문재인 정부-민주당 정부 시절에 축적된 분노와 실망이 해소될 길이 없다는 게 윤석열 정부 2년 반 동안 너무나 명확히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부터 이어져온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대응, 방송통신위원회를 빈사상태로 만들면서 진행된 언론장악시도와 최근 임명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의 행태는 윤석열 정권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신음하는 대다수 사람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들의 권력을 보호하는 데 혈안이 된 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실망과 냉소는 이 정권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 분명한 입장이지만, 동시에 거리로 나가 목놓아 ‘퇴진’을 외칠 희망과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가 매일매일 겪는 삶의 위기와 불안이 아니라 ‘김건희 특검’만 이야기되는 ‘정권 퇴진’에 내가 나설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는 이 정부 이대로 둘 수 없다면 그 이유를 제대로 찾아야 한다고 봤다. 윤석열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에 맞서 싸워야 하는지 이야기하자고 했다. ‘가자, 체제전환 공동행동’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런 내용을 담아 짧은 팜플렛도 만들어서 거리로 나섰다. 

 

전쟁으로 돈 버는 세상을 바꾸자, 우리는 팔레스타인 해방의 연대자

2023년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 1년을 앞두고 학살종식과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는 투쟁이 지난 10월 5일 서울 보신각에서 펼쳐졌다. 체제전환운동 조직위는 당일 참여자들이 직접 피켓을 만들 수 있는 부스를 운영하면서 ‘체제전환 공동행동’ 팜플렛을 배포했다. 참혹한 가자지구 학살이 1년이 되도록 지속되지만, 한국정부를 비롯한 소위 국제사회는 이를 마치 일상처럼 받아들인다. 참혹한 폭력에 대한 강자의 연민이나 동정조차 보이지 않는 이 체제의 끔찍함에 맞서는 팔레스타인 해방 투쟁은 이제 우리의 인간됨을 되찾는, 체제전환운동의 현장이다. 

가자 학살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이유로 정당화되는 현실은 이 체제에서 전쟁이 정당화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2019년 10월 이후, 남북 간 모든 연락은 두절되었다. 그 사이 북한은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이어가고 핵무기 개발을 더욱 고도화했다.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을 더욱 강화하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최고수준으로 격상시켰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긴밀해진 러시아-북한 관계변화 등 모든 현실이 전쟁의 명분 쌓기처럼  굴러간다. 북한의 오물풍선, 한국의 무인기 침투라는 초유의 사태를 우리가 그대로 방관한다면 이 체제는 학살을 전쟁을 자연스러운 체제의 작동방식으로 만들 것이다. 

 

이윤에 떠밀리는 도시를 구출하라, 1017 빈곤철폐 퍼레이드

10월 17일은 유엔에서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다. 하지만 빈곤은 질병이나 범죄처럼 퇴치될 수 있는 게 아니고, 빈곤을 양산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한국의 사회운동은 2005년부터 ‘1017 빈곤철폐의 날’로 명명하고 투쟁해왔다. 이날 퍼레이드는 오래된 반빈곤 운동의 당사자들인 노점상, 철거민, 홈리스 뿐만 아니라,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함께했다. ‘전세사기’는 오직 주택을 투자/투기 수단으로만 보는 사회에서 주거권이 어떻게 박탈당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국사회는 이제 빚지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됐다. 인간다운 주거를 요구하면 정부가 나서서 대출을 알선한다. 자영업자들이 도저히 못 살겠다고 아우성일 때도 대출을 알선한다. 학자금 대출은 기본이고 이제 고물가에 생계비를 급하게 융통하기 위한 대출도 급증한다. 그러다가 현금 흐름이 막히면 누구나 빈곤의 나락으로 순식간에 떨어진다. 이제 빈곤은 누군가의 특수한 처지나 경험이 아니다. 빚져야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에서는 모두가 빈곤이라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더 많은 대출과 지원이 아닌, 체제전환의 요구가 반빈곤 운동의 요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동행동이 만들어낸 함께 움직이는 실천

활동하다 보면 ‘공동행동’이라는 이름의 연대체에 많이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체제전환 공동행동은 말 그대로 정말 ‘공동행동’을 위한 기획이기도 하다.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에 모인 다양한 사회운동 단체들이 함께 선전물도 만들고, 같이 집회에서 외칠 구호도 만들면서 다른 단체들이 주력하는 운동의 집회에 함께 참여하는 이 낯선 경험을 함께하고 있다. 그러면서 각 운동들이 어떤 고민 속에서 투쟁을 펼치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함께 경험하는 것이다. 공동행동은 11월에도 학생인권법 제정 촉구 집회와 전국노동자대회까지 쭉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