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적 사법부’, sbs 측에 압력 ‘유서대필사건’ 방영 보류시켜
10월 24일로 예정되어 있던 <서울방송> 「그것이 알고 싶다」 ‘강기훈 씨 유서대필 사건, 누가 유서를 썼는가’의 방영이 23일 오후 갑자기 취소되어 의혹을 낳고 있다.
사건 발생 때부터 ‘재야의 도덕성’과 ‘공권력의 위신’, ‘거짓’과 ‘진실’이 팽팽하게 맞서 첨예한 논쟁을 벌여온 이 사건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루어진다는 예고방송이 나간 지난 17일 이후 이 프로그램은 각계에서 비상한 관심과 기대를 모아왔으나 sbs 측이 갑작스럽게 방영보류를 결정함으로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방영예고가 나간 직후부터 대법원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지난 19일(화) 밤 10시에 대법원 공보관 목영준 판사가 직접 sbs를 방문,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강기훈 씨 사건은 증거재판의 원칙에 입각한 것으로서 한 점의 하자가 없었음을 누누이 설명한 배경에는 이 사건 항소심 당시 재판장이었던 임대화 판사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또한 대법원은 방영을 눈앞에 두고 이례적으로 sbs 측에 부당한 여론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수호하겠다는 취지의 강경 자세를 보였으며, 특히 “지난해 7월 대법원의 유죄판결까지 내려진 유서 대필사건을 다룬 이 프로그램이 법관의 고유권한인 증거채택의 정당성을 문제삼을 경우 좌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bs 측은 방영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내내 계속된 회의에서 이 프로그램의 방영을 “보류”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sbs 측은 이 방영보류에 대하여 “외부기관의 직접적인 압력은 없었다” “제작이 완료된 프로그램을 검토한 결과 법원‧검찰과 피고인‧변호인 사이의 인터뷰대상자에 형평성을 잃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방영 후 말썽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sbs는 이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검찰측의 협조를 전혀 받지 못했다.
이번 sbs의 유서대필 사건 프로그램은 애초에 9월 26일로 방영이 예정되었다가 검찰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10월 24일로 방영이 연기된 바 있으며 이 방영계획마저도 이번 사태로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는 수난을 겪은 셈이다. sbs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 프로그램은 ‘보류’라고는 하나 이제는 내용을 수정해도 방영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하며 과거에 고문문제, 한약분쟁의 경우 제작중 중단된 일은 있어도 작품이 완결된 상태에서 방영직전에 ‘보류’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한편 조 아무개, 윤 아무개, 이 아무개 변호사들은 이번 대법원의 신경질적인 대응에 대하여 “사법사상 유례가 없었던 일”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재판이 다 끝난 사건에 대하여 방송사가 나름의 방법으로 사건을 재추적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재판결과에 대하여 국민이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매우 위험스러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