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국청년단체협의회(아래 한청)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전상봉 의장 등 간부 4명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유죄를 인정, 또다시 시대에 역행하는 판결을 내렸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이대경)는 국가보안법(찬양·고무) 혐의로 기소된 한청 전상봉 의장에 대해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 박장홍 부의장, 이승호 조국통일위원장 등 2명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월에 자격정지 1년, 각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정대일 사무처장은 집행유예 결격사유로 징역 1년 6개월에 자격정지 1년의 실형이 선고됐지만, 법정구속은 되지 않았다. 2001년 결성된 한청은 청년단체로 통일운동을 중심으로 공개적인 활동을 해왔다.
재판부는 "강령이나 소식지에서 남한 사회를 미 제국주의 식민지로 규정하고, 주한미군 철수, 반미 등을 주장하고, 범민련 남측본부와 집행부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한청을 이적단체로 규정했다. 또 "한청은 북한의 연방제 통일 강령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며 "북의 통일방향과 동일한 주장으로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청이 전국적 조직으로 영향을 미치며 다른 이적단체와 연계로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위해할 수 있다며 유죄 판결의 근거를 들었다.
이적단체 규정에 있어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을 따져야 한다'는 지난 9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날 재판에 기대가 모아졌지만,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최근 한대웅 씨 관련 대법원 사건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인권하루소식 2004년 7월 14일자 참조> 그러나 한 씨(민애청) 사건도 1, 2심에서 '북한의 주의·주장과 유사한 점을 이유로 자유민주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며 이적단체로 규정됐다'가 대법원이 '실질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무엇인지 따지면서 원심파기에 이르렀다.
한청은 재판 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적단체 판결은 사법부에 의한 중세기 마녀재판"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전 의장은 "대한민국이 헌법에 명시된 민주공화국이 맞느냐, 과연 재판부가 상식과 양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냐"고 개탄했다. 전 의장은 "휴가를 즐기고, 문화생활을 누리며, 주5일제를 실시한다고 문명사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누려야할 자유와 정의가 실현되어야 문명사회일 것"이라며 "검찰 공안부와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우리 사회는 문명사회를 이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일연대 국가보안법폐지 특별위원회 권오헌 위원장은 "국가보안법 폐지만이 이런 재판 놀음을 끝장낼 것"이라며 "정기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을 반드시 폐지 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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