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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한가위 맞아 찾아간 전해투 농성장

‘가을투쟁’ 재정 마련 한창 “집에 내려가면 겨울옷 챙겨와야지요”

작년 한가위 때는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며 ‘내년 추석엔 떡값 받게 되기를’ 희망했던 전국의 해고노동자들.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94년 9월 16일 오후, 여의도 민주당에 자리잡은 「전국 구속․수배․해고노동자 원상회복 투쟁위원회」(임시위원장 강준철 코리아타코마 해고노동자, 전해투) 사무실은 분주히 움직이는 노동자들로 활기차 보였다. 투쟁소식란엔 ‘전해투 재정마련 추석 셋트’ 품목이 적힌 홍보물이 붙어 있었다. 전통건강 선물 셋트, 녹기삼 셋트, 북한 명주 등을 가득 싣고 전국 대 공장이나 노동조합, 수도권 단위노조가 있는 울산·마산·창원·부산·인천 등지를 하루가 멀다하고 돌아다닌다고.

막 배달을 마치고 사무실을 들어서는 안경호(임시 대외협력국장)씨는 이 사업이 ‘가을투쟁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해투는 매달 약1천만 원의 재정이 소요되어 재정 걱정 없이 투쟁에만 전념하기 위해 재정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따라서 ‘사활을 건’ 판매라고 덧붙였다.

1년에 몇 번 못 찾아가는 집이지만 올 추석 땐 본부를 지키는 몇 명을 제외는 모두 내려갈 준비로도 바쁘다. 여름옷을 가방에 넣고 다시 겨울옷을 챙겨와야 한다는 말에도 생기가 넘치는 것은 기자의 착각인가.

작년 이맘때는 마포 민주당사에서 단식 농성자 10명을 포함해 모두 30여명의 해고노동자들이 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올해도 연휴기간 투쟁은 계속된다. 포항제철, 의료보험, 풍산금속 해고자들이 텐트농성을 벌일 계획이고 있다. 칠판 한 귀퉁이엔 구속동지 면회현황이 지금의 전해투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10월부터는 본격적 투쟁에 들어서게 된다고 한다. “추석 잘 보내십시요”라는 인사와 함께 안경호 씨는 “올 가을 투쟁에는 박수도 좋고 ‘지지’도 좋지만 이제는 함께 하는 투쟁이 필요하다”며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