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도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한 대한변협 진상조사위(위원 박재승·안영도·백승헌)는 10가지 증거자료를 통해 김삼석 남매 사건이 조작되었다고 밝혔다. 그 자료는 다음과 같다.
⑴백흥용이 촬영한 김성훈, 윤동한 씨의 모습과 대화내용이 담긴 비디오테이프 ⑵이기욱, 이덕우 변호사가 베를린에서 촬영한 백흥용 씨와의 대담내용이 담긴 비디오테이프 ⑶백흥용 씨의 자필진술서 3통 ⑷김은주씨의 진술 ⑸박상희 씨의 진술 ⑹이기욱, 이덕우 변호사의 진술 ⑺안기부 간첩공작수사 진상발표 기자회견 보도자료 ⑻95년 1월 26일자 <시사저널> 중 안기부장의 국회보고관련 기사 ⑼<시민과 변호사> 94년 12월호 중 안기부의 조작간첩사건 양심선언 조사보고서 ⑽95년 1월 26일자 <한겨레21> 중 백흥용 씨의 기자회견에서 '안기부장은 거짓말했다'등
위의 자료를 바탕으로 진상조사위는 주로 다음의 네가지 점에서 김삼석·김은주 남매간첩사건이 조작되었다고 지적했다.
첫째, 안기부 직원 김성훈 씨가 93년 7월경 "우리가 관란한 처지에 있다. 사건을 하나 해야 한다. 그 대상은 김삼석·김은주다"라고 하면서 백흥용 씨에게 지시했다. 백흥용 씨는 안기부의 사건조작음모를 전혀 모르는 김은주 씨에게 일본에서 오는 사람의 통역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은주 씨가 93년 9월8일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일본에서 왔다는 사람을 만나자, 그녀에게 백씨에게 갖다주라고 하며 {세기와 더불어} {김일성선집}등 북한책자가 들어있는 쇼핑백을 건네주어 범죄의사가 없는 김은주 씨에게 이적표현물을 소지케 했다. 그 뒤 그녀는 1백미터쯤 걸어가다 안기부 수사관 7-8명이 체포되었다. 결국 김은주 씨는 위 행위로 인해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기소됨은 물론 김삼석 씨와 함께 안기부의 가혹행위로 인한 허위자백을 토대로 국가기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되었다.
둘째, 백흥용 씨가 93년 7월 김성훈 씨의 지시로 일본에 가서 조총련계 사업가에게 북한에 관한 책들을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김은주 씨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주어 이를 모르는 김은주 씨에게 그 책이 전달되도록 한 점.
셋째, 백흥용 씨가 93년 8월초순경 {김일성 10대 강령}등 북한 책자를 김은주 씨를 통하여 한총련 간부에게 전달하라는 김성훈 씨의 지시를 받고 김은주 씨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김은주 씨가 여러번 이를 거절하자, 백흥용 씨가 거듭 부탁해 범죄의사가 없는 김은주 씨로 하여금 위 책자들을 한총련 간부에게 전달하도록 한 점
넷째 백흥용 씨가 93년 4월 하순부터 5월 초순 사이에 일본에 가서 북한영화 취급소인 씨네까롱 영화사로부터 북한영화를 입수하여 국내에 보급하고, 영화를 전달받는 사람을 김은주 씨로 하고 김삼석 씨에게도 그 영화를 소지케 하라는 김성훈 씨의 지시를 그대로 수행했다. 그 뒤 씨네까롱 영화사가 인편으로 국내에 보내온 북한영화 4편을 여의도 고수부지 '신쥬꾸 양산박' 공연장으로 일부러 김은주 씨를 데리고 가서 전달받은 점
위의 사실로 진상조사위원회는 다음의 결론을 내렸다.
1.김삼석 남매사건은 안기부가 93년 9월 정기국회에 안기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국가안전기획부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안기부의 권한과 위상이 크게 축소되는 시기에 맞추어 터뜨린 간첩사건이다. 이를 통해 안기부의 존재의의를 부각시키고 권한과 조직을 보호하기 위하여 백흥용 씨를 프락치로 삼아 공작을 하고 사건을 조작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2. 그동안 역대 군사정권 하에서 숱하게 제기되었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에 대한 조작의혹도 이 사건 공작수법과 같이 공안기관들에 의해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한 사건들에 대한 재검토와 조사의 필요성이 있다.
3.진상조사위원회는 이 조사를 통해 모든 국민이 안기부의 공작수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국가보안법 남용의 위험에 방비 없이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4. 차제에 공작수사와 사건조작의 개연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하여 안기부의 수사권 존폐의 문제와 그 남용으로 인하여 인권침해의 시비가 그치지 않는 국가보안법의 폐지문제는 심각하게 재검토되어야 한다.
- 333호
- 1995-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