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현 신부는 방북활동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 위반혐의로 지난 달 27일 구속되었다. 안기부와 검찰은 현재 문규현 신부의 방북활동이 국가보안법 제6조(잠입․탈출)도 위반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수사당국의 법률해석과 적용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김승환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1. 북한에 들어간 행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9명 신부의 방북은 통일부로부터 미리 방북허가를 받은 것으로 잠입․탈출죄가 적용될 수 없다.
2. 평양으로의 팩스 교신행위
안기부와 검찰은 북경에서 문규현 신부가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북한 당국자와 팩스교신을 한 사실을 사제단 신부들에게 숨겼으며, 이는 곧 처음부터 통일대축전 참석을 의도하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팩스의 내용은 방북목적이 평양장충성당 10주년 기념미사라고 밝히는 것이었으며, 오히려 문 신부는 “범민련 대표로 오지 않으면 입국할 수 없다”는 북측에 대해 “우리는 범민련과 전혀 무관하며, 이런 방식의 행사가 통일운동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팩스를 보낸 바 있다. 즉, 안기부가 문제시하는 팩스의 내용 어디에서도 잠입․탈출죄의 고의성을 발견할 수 없다.
3. 금수산 기념관 방문 및 방명록 서명행위
사제단은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문규현 신부는 “경애하는 김일성 수령님의 영생과․․ 통일을 기원합니다”라는 내용의 서명을 했다. 안기부와 검찰은 이 행위를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문규현 신부 자신이 이미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것처럼, 육신의 부활과 영생을 사도신경으로 고백하는 사제로서 망자에 대해 하는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기도의 형식이다. 더구나 국가보안법 제 7조는,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에 따라 “․․․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라는 문구를 추가함으로써 찬양․고무 등 죄가 함부로 적용되지 못하도록 그 구성요건을 좁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춰볼 때, 안기부와 검찰의 법해석과 적용은 엄청난 무리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4. 통일대축전 참석 행위
문규현 신부는 사제로서의 신앙양심에 기초해 통일대축전에 참석했고, 연설을 통해서도 북한의 문제점을 당당하게 말했던 것을 볼 때, 문 신부의 행위는 국가보안법 상의 찬양․고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5. 안기부의 팩스 도청행위
안기부는 사제단이 북경에서 평양으로 보낸 팩스의 내용을 불법적으로 도청했다. 이는 안기부가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인권유린 행위의 악습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6. 구속영장 발부행위
문규현 신부는 국가보안법의 해석상 어떠한 범죄도 구성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다. 이에 비춰볼 때, 법원의 구속영장발부행위는 공정한 판단을 그르친 사법적 판단이고,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철저하게 유린하는 행위이다.
7. 결론
문규현 신부는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죄, 잠입․탈출죄 등 어떠한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부당한 구속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도리어 그는 구속권의 남용에 의해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고, 통신의 비밀을 침해당했다.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
김승환 (전북대 법대교수․전북 평화와 인권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