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김삼석·김은주
1. 문민정부 하에서 국가안전기획부의 첫 작품
- 김삼석·김은주 남매 ‘조작간첩’사건
가. 안기부의 피고인들에 대한 불법체포·구금행위와 수사과정에서의 각종 가혹행위와 성추행
(1)피고인 김삼석은 93.9.8. 정오경 피고인 집에서(중략) 안기부 수사관 10여명에 의해 구속영장도 없이 구타당하면서 불법체포, 연행되었습니다.
(중략) 남산 안기부내로 연행되자 체육복을 입게 하고, 3-4일간은 잠을 거의 재우지 않으면서 수없이 몸을 구타하면서, “북한에 언제 갔다왔느냐”, “일본에서 북한의 누구와 만났느냐”, “국내연계조직을 대라”는 등 위협을 하면서 구타와 기합(원산폭격, 서서 무릎쪼그리기 등) 기타 가혹행위를 당했으며 유도신문과 협박에 시달렸습니다.(중략) 9.10자로 발부된 구속영장의 내용을 읽어보겠다는 요청을 수사책임자에게 하였으나 거절당했습니다.
(중략) 피고인이 불법연행 된지 일주일정도 지난 9.15.경 화장실에서 160번 명찰을 단 수사관이 다가와 치솔로 피고인의 성기를 문지르고(중략)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그 당시 임신 8개월째인 부인을 연행조사 하겠다고 협박을 계속 하였으며(중략) 위와 같은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피고인은 자해를 할 생각으로 9.20. 변호인 접견시 갑자기 일어나 벽에 강하게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잃고 쓰러졌으며(중략) 피고인 김삼석은 안기부 수사관들에게 허위자백을 하게 된데 따른 심리적 부담감과 다른 대항방법이 없어서 자해를 시도했던 것입니다.
(2)김은주 피고인은 93.9.8. 정오경 고속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영장 없이 불법체포 된 후, 햇빛없는 지하실에서 전혀 잠을 재우지 않고 조사를 강행하였으며, (중략) 머리를 잡아당겨 벽에 치고 뺨을 때리는 일을 수없이 하고, 허위자백을 강요했으며, 변호인 접견 후 수사관들이 변호인과의 대화내용을 다 진술하라고 하면서 밤새도록 잠을 재우지 않고 수사관들이 교대로 추궁하였습니다.
조사받는 도중 “이거 안되겠구만, 다른 방으로 데려가야지, 옷 벗겨야겠구만,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아볼래”하는 등 폭언과 성적 모욕을 심하게 당했으며,(중략)
(3)(중략) (4)또한 (중략) 피고인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보면, 피고인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93.9.10. 발부되었으며, 93. 9.10. 19시경 중부경찰서 유치장에 피고인들을 집행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93.9.8. 정오경에 불법체포, 연행된 사실이 명백하므로 피고인들은 최소한 2일 7시간(약55시간) 동안 불법체포, 구금되었음이 드러났습니다.
나. 안기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
안기부는 93.9.24. 피고인들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재일북한대남공작조직연계 간첩 김삼석‧김은주 보도자료’를 언론기관들에 배포하였는바, 이는 명백이 형법 제126조 소정의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됩니다. 더욱이 이사건 공소사실과 적용법조의 어느 곳에도 피고인들이 형법상 또는 국가보안법상 “간첩행위”를 하였는지 전혀 나타나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안기부는 피고인들이 마치 “간첩행위”를 한 것처럼 보도하도록 함으로써(중략) 피고인들의 명예를 극도로 훼손하였습니다.
다. 안기부의 “프락치공작” 행위
(1)“남누리영상”(진보적인 영화운동단체)의 대표인 배인오 씨가 1993년 초에 피고인들과 알게 되어 가까워졌는데(중략) 수사과정에서 김은주 피고인이 배인오 씨가 안기부의 프락치라는 확신을 가진 중요한 이유를 몇가지 들면,
첫째, 연행되기 전까지 배인오 씨와 여러 차례 만났는데, 피고인들을 1년 이상 미행했다는 안기부 수사관들이 배인오 씨의 이름이나 배인오 씨에 대하여 전혀 말하지 않는 점
둘째, 자백을 강요받을 때 배인오의 부탁으로 한 일이라고 진술해도 수사관이 배인오이외의 다른 인물을 대라며 추궁한 점
셋째, 김은주 피고인과 배인오 씨와 한총련 관계자와(중략) 만난 일이 있는데(중략) 한총련 관계자의 사진만 보여주고 배인오 씨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는 점
넷째, 배인오 씨가 간곡하게 한총련에 전해줄 것을 부탁한 북한관련 소책자 2권
다섯째, 체포연행될 당시 배인오 씨의 부탁으로 나가게 된 상황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들은 안기부가 배인오 씨를 프락치로 활용하여 피고인들에게 함정수사를 하였다고 생각하며, 안기부의 고도의 술책에 의해 김은주 피고인이 체포·연행당시 북한관련 책자를 소지하게 하고 그 행위가 일본사람과 재일동교 등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꾸며서(중략) 재일동포와 국내인 사이의 활동과 교류를 탄압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또한 이사건 증인 박상희의 진술에 의하면(중략)
92.6.말에 배인오가 “어디 가야 된다. 그러나 거기는 가기 싫다. 이내창 열사가 왜 죽었는지 아니? 이내창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서 죽은 것이다”라는 말을 하였고, 안기부원들과 함께 5일동안 부산 등지를 돌아다녔으며,(중략) 그 기간중에 현금카드를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으므로 현재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3)중략
2. 국가보안법의 위헌성
가. 국보법은 헌법상의 평화통일규정과 어긋남(중략)
나. 국보법은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됨(중략)
다. 국보법은 헌법상 기본권, 특히 양심의 자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통신의 자유 등을 침해함(중략)
3. 북한 반국가단체가 아님
가. 북한은 반국가단체가 아닌 민족공동체임(중략)
나. 남‧북한 유엔동시가입으로 북한은 국보법 제2조 소정의 ‘반국가단체’로 볼 수 없음(중략)
다. ‘남북사이의 화해,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발효되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볼 수 없음(중략)
라. 대법원 판결의 모순(중략)
마. 따라서(중략) 북한이 반국가단체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마땅히 무죄가 선고되어야 합니다.
4. 한통련(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은 반국가단체가 아님
가. 한통련의 전신 한민통의 결성 경위(중략)
나. 한민통의 활동내용
(1)박정희정권 반대투쟁시기(중략)
(2)전두환정권 반대투쟁시기(중략)
다. 한통련의 출범과 활동
(1)노태우정권에 반대한 시기(중략)
(2)김영삼정권을 지지하고 활동한 시기(중략)
다. 한통련의 강령
1. 우리는 외세를 반대하고 민족의 자주권을 쟁취하기 위해 적극 활동한다.(중략)
2. 우리는 군부독재를 완전히 청산하고 진정한 민주화를 위해 적극 활동한다.(중략)
3. 우리는 민족분단의 비극사에 종지부를 찍고 나라의 자주적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헌신 분투한다.(중략)
4. 우리는 반전·반핵운동을 적극 추진하여 한반도를 비핵지대화, 비동맹중립화를 정착(중략) 노력한다.(중략)
5. 우리는 재일동포의 민족적 권익을 옹호하며 모든 해외동포와 자주·민주·통일을 위한 연대를 더욱 강화한다(중략)
6. 우리는 자주·민주·평화 이념에 입각하여 국제연대운동을 더욱 강화한다(중략) 1989년 2월 12일
라. 한통련은 더이상 반정부단체나 반국가단체가 아님
(중략) 과거의 정권이 ‘반정부단체’와 ‘반국가단체’를 혼동하여 한민통과 한통련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대법원 판결로 그렇게 판시한 것이 있으나, 한통련은 결코 이제는 김영삼 정권에 대한 ‘반정부단체’도 아니며 더욱이 ‘반국가단체’는 더더욱 아닌 것입니다.(중략)
5. 개별적 공소사실 부분
가. 피고인 김삼석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첫째, ‘반핵평화’ 제3,4호, 민자당 ‘정책참고자료’, ‘평화공존시 군의 위상에 대한 국민의식’ ‘국내신문의 핵관련 동향’, ‘소요진압작전’, ‘국보법공청회 자료집’, ‘국내신문의 군사관련 동향’, ‘자주적 민주군대로의 전환’, ‘평화의 길’, ‘범민족대회 자료’등 국가기밀을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은 피고인이 목적수행을 위하여 탐지, 수집했다는 것이고,
둘째,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곽동의 또는 이철,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은 자 이좌영, 권용부와 와따나베 아즈꼬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회합하고, 이좌영,권용부로부터 위와같은 정을 알면서 금품을 수수하거나 기타 편의제공 하였으며, 이적동조 및 통신, 특수잠입행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나.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고 목적수행을 위하여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였다는 부분
(1)(중략)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령(지시나 명령)을 어떤 반국가단체로부터 받았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공소사실에 거의 특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2)또한 피고인이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였다는 부분을 살펴보면,
(중략)국보법 제4조 1항 2호 나목 소정의 ‘국가기밀’이란 “소위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각종의 정보로서 ‘기밀로서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정보자료”를 의미하며, ‘기밀로서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그 정보의 내용이 가장 중요할 뿐만 아니라 정보를 누설한 자와 그 정보와의 관계, 정보를 취득하는 과정의 난이도, 그 정보가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가지는 유용성 내지는 중요성 정도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를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93년 10월 25일 서울형사지법 제25부 판결)
(중략) 그러나, 피고인이 탐지, 수집했다고 하는 ‘국가기밀’은 (중략) ‘기밀로서의 실질적인 가치’를 전혀 충족하고 있지 않음이 명백합니다.
첫째, 공소사실에 국가기밀이라고 적시된 방대한 내용중 그 어느 것도 대한민국 관계당국이 ‘기밀’로서 분류하여 놓았다는 증거가 전혀 없습니다.
둘째, 김삼석 피고인이 공동집필한 ‘청년과 군대’의 내용이나 (중략) ‘자주적 민주군대로의 전환’ 등도 어느관계 당국이 ‘기밀’ 또는 ‘군사상 기밀’로 분류하여 놓았다는 증거가 전혀 없습니다.
셋째, 더욱이 민자당 ‘정책참고자료’ ‘평화공존시 군의위상에 대한 국민의식’(서울대 교수 논문) ‘국보법개폐 공청회 자료집’ ‘평화의 길’ ‘범민족대회 자료집’등은 어느 누가 보아도 그 내용이 ‘기밀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3)김삼석 피고인은 위와 같은 공소사실에 적시된 정보자료들을 (중략) ‘군사문제 연구자’로서 필요한 각종 정보자료들이라고 생각하여 수집하여 보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중략)
다. 피고인 김삼석이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중략) 회합하고, (중략) 금품을 수수하거나 편의제공하였다는 점
(중략) 또한 피고인은 93. 5. 초순경 이좌영 씨의 소개로 한이철 이라는 사람을 만난 사실이 있으나, 안기부의 가혹행위에 의한 허위자백처럼 ‘조평통 참사로 있는 이철’이라는 사람을 만난 사실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도 피고인의 범의나 행위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어 마땅히 무죄가 선고되어야 할 것입니다.(중략)
6. 맺음말
바로 엊그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수용하기로 한다는 보도가 있었고, 어제 우리나라 정부는 팀스피리트 훈련을 조건부로 중단하며, 남북한 특사교환을 위한 남북실무접촉을 개시한다고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야흐로 남북관계는 분열과 반목의 시대에서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남북 간의 교류‧협력이 증진되어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남북통일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곧 마련될 것이 예견되고 있습니다. 국보법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는 반통일적이고 반민족적인 위헌법률입니다.
국보법은 지난 40여 년 간 정권안보를 위해 수많은 민주애국 인사들을 차가운 감방에서 신음하고 고통받게 했던 최대의 악법입니다.
이 악법이 남북한 유엔동시가입, 남북합의서 채택 등과 더불어 더욱 분출하는 통일열망에 의해 하나하나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남북한 동포와 해외동포 더 나아가 이 사건 관련 한통련 관계자들에게 있어서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은 결코 멈출 수 없는 지상과제입니다.
피고인들은 자신의 안일을 돌보지 아니하고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해 애써온 젊은 청년들입니다.
현명하신 재판부께서는 이제 그 생명이 다해 무너져 내리는 이 반통일적 악법에 대하여 기존의 냉전과 반목의 잣대를 떠나 화해와 협력의 새시대의 잣대로 ‘악법은 법이 아니므로’ 법적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국가보안법 사망선고를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역사의 진보와 전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입장에서 피고인들에게 마땅히 모두 무죄를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107호
- 1994-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