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찾을 수 없는 / 잊혀진 이름이여 / 빛 바랜 겨레의 들녘은 / 서걱이었다.
무서운 비바람 속에 / 묻혀버린 처녀의 비명은 / 하늘 치솟았고 / 밤은 점점 어두워졌다.
땅 밑에서 들리는 날카로운 소리에 / 개처럼 끌려 간 아세아의 딸들 / 먹장구름 술렁이는 슬픈 야경은 / 야수들의 세상이었다.
정신대는 이미 인간은 아니었다 / 여성의 상징은 개새끼의 하수고 / 밤마다 홍건히 흘려버린 배설물은 / 토악질
두려운 과거를 생각하기엔 / 애처러운 지난 날의 악몽은 / 세계 여인의 / 아픔 아닌가
고운 입술 찰랑였던 머리터럭 / 이젤랑 돌려다오 / 먼 훗날 영혼에 / 촛불 하나 켜보리라
성대가 찢어질 때까지 / 세계 만방에 화낼 것이다. / 내 기어이 찾고야 말리라 / 잃었던 두 날개를.
* <편집자 주> 아시아 연대회의에 소개된 한국 정신대 할머니의 시 전문
- 351호
- 1995-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