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호흡기로 연명, 장애인 복지대책 절실
지난 8일 서초구청 로비에서 노점상 장애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분신한 최정환(37)씨가 현재 강남 시립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이다. 그는 전신에 3도의 화상(88%)을 입었고 기도절제 후 산소 호흡기를 통해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아직 생명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두꺼운 붕대로 감은 가슴의 가파른 고동뿐이다. 눈과 귀, 코와 입은 뜨거운 온도를 견디지 못해 녹았으므로 예전의 최씨 얼굴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는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등급 1급 1호의 중증장애인이다. 현재 나이 37세로 아직 미혼이며 어려서부터 고아원에서 자랐고, 다방 껌장사, 수세미장사 등으로 생계유지를 했다. 10년 전 광고를 통해 친부를 찾았으나 부친 쪽에서 친자부인을 요구해 최씨는 지금껏 세곡동 비닐하우스에서 삭월세로 혼자 살아왔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친부가 있는 것으로 처리되어 생활보호대상자로 등록하지 못했고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을 해야 했다. 그의 유일한 생계수단은 오토바이 카로 음반(테이프)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최씨는 94년 6월경 서초구청이 고용한 용역단속반과의 몸싸움에서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또한 8일에도 서초구청 용역단속반과의 실랑이 끝에 스피커와 전구, 배터리를 빼앗겼다.
최씨는 당일 오후 9시45분경 구청 당직실로 배터리를 찾으러 갔다가 거부당하자 구청 로비에서 신나를 뿌리고 분신했다. 이 과정에서 서초구청직원은 신나를 뿌리는 것을 보고서도 방관했다고 한다.
대한성인장애인복지협의회, 전국노점상연합회 등은 즉각 「장애인 노점상 최정환 분신사건에 관한 진상규명 및 관련자 처벌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10일 구성하고 11일 “장애인 노점상 최정환 분신사건에 관한 폭력단속반 해체 및 관련자 처벌을 위한 규탄대회를 가져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서울노점상 연합회 서울 사무국장 최규상(35)씨는 “중증 장애인의 경우 실질적인 복지대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그래도 먹고 살아야하므로 불법을 감수하면서 노점상 일을 해왔다”고 말하며 “정부가 깡패집단을 용역으로 고용해 탄압하는 것은 명백한 생존권 침해”라며 정부의 노점상 대책을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