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개발모델과 연성의 지위
<편집자주> 인권하루소식은 오는 8월30일부터 열리는 중국 화이러우 세계여성회의 비정부기구(NGO)포럼에 제출될 한국여성보고서를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한국은 최근 가장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이다. 그러나 만일 한국형경제개발 모델을 추진하려는 국가가 있다면 그들은 먼저 자신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할 양질의 여성노동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남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감소․정체되고 있으나 여성 참여율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외자의존적 수출산업 중심의 경제개발에서 한국의 대표적 수출 산업인 의류, 신발, 봉제, 전자산업의 노동자는 대부분 저임금의 미혼여성이었다. 공업화위주의 경제성장, 쌀수입개방 등의 상황으로 전체농업인구는 절대적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증가해 농업노동의 여성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성장 우선 정책은 분배와 복지정책을 외면하였으며 노인복지, 보건복지, 탁아복지, 가정복지의 부담을 여성의 무보수노동으로 메꿔가고 있다. 이와 같이 경제의 양적 성장의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어두운 그늘 밑에 주로 여성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학자들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의 양적 증가는 여성의 지위를 질적으로 향상 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저하 시켰으며, 가사노동과 사회적노동이라는 이중노동의 짐을 짊어지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또한 여성의 희생과 헌신을 미화하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는 한국형 개발모델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기제이다. 남자는 사회적 노동, 여성은 가사노동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의 가부장제와는 달리 현실적으로 여성의 절반이 사회적 노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가부장제는 여성노동을 필요에 따라 흡수하고 밀어내는 고용불안정을 야기 시키고, 차별적 저임금을 합리화시키며, 가사노동을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을 단지 ‘생계보조적인’ 존재로 규정하여 사회적 노동에서의 각종 차별이 정당화되고 있으며, 사회적 노동 밖의 실업, 복지, 환경, 소비, 주택, 보건의 짐이 주로 여성에게 떠넘겨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60년대의 빈곤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현재 한국의 경제성장의 양적 지표만큼 여성에게 물질적·정신적 풍요와 안정된 삶, 동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1세기를 위한 행동>
이같이 개발과정에서 희생당한 여성들의 권리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남녀평등의 관점에서 국가발전계획에 여성개발부문을 포함시켜 중장기적인 여성발전계획을 수립 △산업별, 직업별로 나타나는 성별 직종분리 체계를 완화 시켜 남녀 각자의 능력과 개인적 선택에 의해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 △동일가치 노동에 대해 동일임금 지급을 평가하는 제도마련 △결혼, 임신, 출산 등 여성만의 특수한 환경에서도 지속적인 고용안정 확보 △남녀를 불문하고 1년의 유급육아휴직제 실시 △직업병에 대한 철저한 조사, 관리, 감독, 치료, 보상의 확대 △파트타임, 가내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와 사회적 혜택의 체계화 △지역보육시설과 직장보육시설의 확대와 국가지원 증대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 추방 △각종 교육의 평등한 실시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