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사내 전화 “협상” 제의
25일 서울 봉천동에 위치한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소장 김세균, 연구소)에서 고성능 도청기가 발견된 뒤 한 연구원의 집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내가 전화를 걸어 “협상”을 제의해와 도청기 설치자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25일 오후2시경 연구소의 현광훈(33)씨가 전화선을 확인하다 옆 건물 지하계단통로로 연결된 전화선을 옥상에서 발견하였고, 이 선을 따라가 간장약 헬민 박스 안에 들어있는 도청기를 발견했다. 이후 연구소측은 봉천전화국에 이 사실을 통보, 전화국 직원이 도청기로 확인했다. 도청기는 고성능 통화조절기능을 갖춘 독일제 도청기 그린 플러스(Green Plus)로 소형녹음기에 연결되어 있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26일 오전 6시30분경 이 연구소의 정책사업위원장인 박성인(36)씨의 집으로 성명불상의 사내가 전화를 걸어온 것. 사내는 박씨가 얼마 전 잃어버린 디스켓과 문건이 들어있는 가방을 갖고 있다며 “협상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박씨는 “이로 미루어 도청기를 설치한 것은 정보기관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측은 26일 성명을 발표, “민주노동운동에 진보적 연구소가 이론적-정책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민주노조운동과 이를 지원하려는 모든 진보적 단체에 대한 반민주적, 반인권적 폭거”라고 비난했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도 “경찰은 반인륜적이고 반민주적인 정보, 공작정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지난 4월에도 만기 출소한 장기수 박정숙(79)씨의 집 장롱 밑에서 도청기가 발견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경찰에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인권하루소식> 5월30일자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