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알몸수색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26일 대법원3부(주심 이규홍 대법관)는 민주노총 여성조합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청구사건 재판에서 서울고등법원이 “경찰청 훈령인 ‘피의자유치 및 호송규칙’에 따라 실시한 신체검사는 정당하다”며 내린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실은 대법원 판결문이 지난 5일 민주노총 측에 전달됨으로써 뒤늦게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 판결문에서 “경찰청 훈령은 법규명령의 성질을 가진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이에 따른 처분이라고 하여 적법한 처분이라고는 할 수 없다”며 “(행형법에 근거하여 실시되고 있는)신체검사는 수용자의 명예를 심하게 손상하므로 다른 방법으로는 피의자가 은닉한 물품을 찾아내기 어렵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에 따르면 “유치장에 수용되는 피 체포자에 대한 신체검사를 허용하는 것은 유치의 목적을 달성하고 수용자의 자살, 자해 등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며, 유치장 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신체검사는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또한 수용자의 명예나 수치심을 포함한 기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행하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신체검사는 훈령에 의해 의무적․관행적으로 해 온 것이며 대부분의 피의자들이 이에 대해 의의를 제기하거나 거부한 사실이 없다”는 경찰 측의 한결같은 주장에 대해서도 “위법하거나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가 오랜 기간 반복되어 왔고 그 동안에 그에 대한 이의가 없었다고 하여 그 공권력 행사가 적법하거나 정당한 것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번에 국가배상을 청구한 민주노총 여성조합원들은 지난해 3월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실린 민주노총 기관지를 거리에서 돌리다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었다. 당시 성남 남부경찰서로 연행된 이들은 유치장에 들어갈 때 여성 경찰관으로부터 알몸으로 신체검사 받을 것을 요구받자 이를 강력히 거부했다. 그러나 실랑이가 길게 계속되고 결국 여성 경찰관이 “집에 갓난아기가 있어 집에 가야한다”며 협조를 요청하자 조합원들은 속옷 하의만 입은 채로 신체검사에 응했다. 그 후 여성조합원들은 “알몸 신체검사로 인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격권 등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며 지난해 4월 국가배상청구 소송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소원은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이번 소송 법정대리인인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규차장)는 “신체검사를 ‘알몸’으로 해야한다는 규정은 행형법을 비롯한 어느 법률에도 없는 것인데 경찰은 관행적으로 누구에게나 알몸 신체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이 알몸 신체검사를 부추기는 경찰청 훈령의 폐지로 이어지고 인권 사각지대가 돼버린 유치장과 구치소 안 인권의 획기적인 개선을 위한 발판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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