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3동 철거현장에서, 주민들 책임자 처벌 요구
경찰이 철거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대학생의 옷을 모두 벗기고 수갑을 채운 채 끌고 다니며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종암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4일 새벽 4시경 드림랜드 후문쪽 번3동 철거지역 강제철거에 대비해 규찰을 돌고 있던 설영덕(한성대 산업공학과)씨를 강제연행하려다 이같은 난동을 저질렀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이승현(한성대)씨는 “규찰을 돌기 시작한 새벽3시경부터 자가용 한 대가 주위를 맴돌더니 갑자기 차를 세우고 규찰대를 쫓아왔다. 놀란 학생들이 도망가자 그중 설씨를 붙잡아 마구 때리고 옷을 벗겨 나체로 만든 뒤 수갑을 채워 50m정도 끌고 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학생들이 설씨를 놓아 줄 것을 요구하자 15m 전방에서 학생들을 겨냥해 공포탄 4발을 발사한 뒤 설씨를 놓아둔 채 황급히 돌아갔다.
설씨는 등에 심한 상처를 입었으나 이 과정에서 받은 충격으로 현재 병원도 가지도 못하고 경찰의 수갑을 그대로 찬 채 연고를 바르는 등의 가벼운 치료만 받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지역주민들과 학생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수갑을 채우고 총기난사까지 벌인 것은 명백한 살인미수”라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계속되는 경찰폭력과 무도한 공권력 남용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경찰폭력과 공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단호한 조치를 촉구했다.
한편, 종암경찰서측은 “이 지역에서 강도신고가 들어와 출동했으며, 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져 총을 쏘았다”고 주장했다.
번동 경찰 총기난사와 같은 경찰폭력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경찰은 ‘고려대 서창캠퍼스 총기난사사건’ ‘암사동 철거주민 나체연행’ ‘5.18 대회장 난입’ 등 지나친 공권력 남용을 행사했으며 책임자처벌에 있어서도 미온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