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국가폭력 불처벌의 역사를 끝내기 위해

7월 5일 국회에서 <경찰의 인권침해,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우선이다>라는 제목으로 국가폭력 불처벌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과제를 이야기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10년 경찰이 저지른 주요 인권침해 사건들을 당사자들의 증언으로 돌아보며,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광우병촛불집회, 세월호참사, 민중총궐기 등 ‘집회 및 시민들의 의사표현에 대한 경찰력 집행’, 쌍용자동차노동조합의 정리해고 투쟁과 철도노동조합의 파업 등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경찰력 집행’, 강정해군기지와 밀양 송전탑 건설 등 ‘국책사업 추진에 대한 경찰력 집행’, 용산참사에서 드러났듯 ‘재개발현장에 대한 경찰력 집행’으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사건마다 각각이 지닌 특성과 조건이 다름에도, 그 과정과 결과로서 경찰폭력은 언제나 함께 수반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성이 있는데, 첫째로는 이러한 국가폭력이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자행된다는 것입니다. 경찰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한 인권침해가 아니라, 지배세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경찰력 집행 과정에서 의도적이고 집단적으로 나타나는 구조화된 폭력입니다. 둘째로는 이러한 경찰력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결과지향적 목적에 따라 자행된다는 것입니다. 밀양과 강정, 용산에서 경찰력 집행과정은 반대주민들을 억압해 개발사업을 강행하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차벽과 물대포를 동원해 청와대로 향하는 저지선 확보라는 목표 하에 사라졌습니다. 셋째로는 이러한 국가폭력이 그 목표를 달성하면 그 과정에서 자행된 인권침해와 폭력의 책임자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충실히 목표를 달성했는가에 따라 책임자들에겐 승진과 포상이 보장되고,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행동은 범죄로 규정하여 단죄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불어오는 개혁 바람으로 ‘인권경찰’ 운운하는 경찰에 인권단체들은 이를 위한 첫 걸음은 바로 경찰폭력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라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19일 경찰개혁위원회가 발표한 첫 번째 권고안인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에 대해 경찰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 경찰청 내부에 설치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얼마나 제대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강정마을, 밀양행정대집행, 쌍용자동차 파업진압, 용산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 등 수많은 인권침해 사건들은 모두 정권의 필요에 따라 국민들의 기본권 실현을 대대적인 공권력으로 막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전․현직 경찰간부들과 밀접하게 관련돼있습니다. 현장에서 개별 경찰관들의 행위가 어떠했는지를 묻기 이전에, 이러한 국가폭력이 계속 반복되고 그럼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수 있었던 구조적인 문제점과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밀양행정대집행 당시 경남경찰청장이었던 이철성 경찰청장, 용산참사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자 경찰청장 내정자로 거론됐던 김석기 국회의원,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사람이 죽었거나 다쳤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할 수 없다”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에 대한 조사는 반드시 진행되어야 합니다. 국가폭력 사건들의 진상은 제대로 밝혀진 바도 없고, 이에 대해 그 누구도 진심을 다해 사과하지도, 책임지지도 않았습니다. 책임져야할 경찰간부들이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고 항변하고 오히려 승진과 영전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공권력이 무엇인가 질문이 생기고 이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부여된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왔습니다. 불처벌의 역사를 끝낼 때만이 비로소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해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국가폭력의 당사자들에겐 다른 내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1년이 지났던 10년이 지났던 국가폭력을 경험한 당사자들의 시계는 여전히 그날의 고통에 멈춰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에 면죄부를 주는 도구가 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고 그 범위, 대상, 방법 등이 논의되는 과정에 주목해야 합니다. 독립적이고 성역 없는 조사의 칼끝이 경찰 스스로를 향하지 못한다면 진상조사위원회의 의지에 대한 계속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국가폭력 불처벌의 역사와 단절하지 못한다면 국가폭력은, 이를 경험한 당사자들의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기억하며 감시와 견인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