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는 경찰은 들어라!
- 2017년 6월 1일(목) 오후 1시, 경찰청 앞. 경찰 인권과제 촉구 기자회견 열려.
- 밀양, 용산, 쌍용차, 백남기 등 국가폭력 현장의 당사자들이 함께 해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해.
- 경찰인권위원회는 정권 눈치보기에만 급급, 형식적 경찰인권위원회가 아닌 실질적 경찰인권위원회가 되어야.
- 경찰이 남발해온 해산방송, 차벽, 채증 없는 오늘이 새삼스런. 정권 따라 대응 기조 달리하는 경찰은 반성해야.
- 마구잡이 정보 수집이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법적 통제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 우선적으로 경찰이 이행해야 할 필수과제 5가지를 담은 인권과제를 경찰청에 접수
- 인권과제와 함께 새 정부 하에서 추진되어야 할 경찰 개혁과제 정책제안서를 국민인수위에 제출
* <경찰인권과제>와 <경찰개혁을 위한 정책제안서> 내용은 파일로 첨부합니다.
◾ 취지 :
수사권 조정에 대한 관심이 높은 때 경찰청은 청와대의 주문에 따라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고 밝히며 각종 방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습니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에게 인권은 선택이 아닌 기초이자 필수입니다. 용산참사부터 백남기 농민 살인진압까지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에서 수많은 국가폭력 사건이 있었습니다. 인권친화적 경찰이 되겠다는 선언에 앞서야 할 것은 경찰이 자행한 인권침해의 역사에 대한 반성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정당한 법 집행이라며 외면해온 국제사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단체들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현재 경찰이 취하고 있는 정치적 태도를 비판하며,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는 경찰에 즉각적으로 이행해야 할 인권과제를 촉구하고자 합니다. 국가폭력의 경험을 지나간 과거가 아닌 현재의 고통으로 마주하고 있는 현장 당사자들의 목소리부터 귀 기울여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 발언
-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라!” 경찰폭력진압 당사자 발언
- 형식적 경찰인권위원회 문제
- 정보인권 문제와 과제
- ‘인권경찰’에 대한 비판과 경찰 인권과제 촉구
[기자회견문]
지난 5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이라는 현안이 걸려있는 경찰에 '인권침해' 이미지를 불식시킬 방안을 마련하라는 '숙제'를 던져주자 바로 다음날부터 경찰은 인권 친화적 경찰을 구현하겠다며 다양한 방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은 "앞으로 집회 현장에 경찰력, 살수차, 차벽을 배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경찰청은 "인권 친화적 인식과 태도로 집회시위 대응방식을 전환하겠다"고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살수차운용지침과 채증활동규칙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도 이어졌다. 언론을 통해 잇따라 보도되고 있는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는 태도를 신뢰할 수 없다.
그동안 많은 인권단체와 국제사회가 지적한 인권침해 문제들을 개선하기는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던 경찰이었다.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는 집시법과 집회금지 남발, 마구잡이 채증, 엄격하게 통제되지 않는 물대포, 집회를 봉쇄하고 방해하는 차벽, 집회참가자들을 위축시키는 기소와 벌금폭탄 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될 때마다 정당한 조치였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며 제대로 수용한 적이 없다. 국제인권원칙인 평화적 집회의 보장을 부정하고 경찰이 허락한 합법집회 틀에 가두어 언제나 시민들은 손쉽게 불법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청와대가 '인권 경찰' 구현 방침을 주문하자 하루 만에 내놓은 방안에는 그동안 요구받은 권고 불수용에 대한 반성도, 적극적 수용에 대한 언급도 없다. 알맹이 없는 몇 가지 조치를 내세워 생색내기로 그칠 것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요구받은 국제인권기구 및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을 위한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제출해야 한다.
명박산성에 가로막히고 경찰이 휘두르는 방패와 곤봉에 맞아 피 흘렸던 시민들, 망루를 세우고 하루도 안 돼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어 목숨을 잃은 용산 철거민들, 경찰에 의해 잔인하게 진압당하고 그로 인해 세상을 떠난 동료들을 애도하기 위해 만든 분향소를 지키려 숱한 모욕을 견뎌야 했던 쌍용차 노동자들, 송전탑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그저 치워지는 대상이 되었던 강정과 밀양의 주민들, 진실을 밝히라는 요구에 책임 있는 응답 대신 차벽과 물대포를 마주 해야 했던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 6시간 동안 몸을 가눌 수 없는 수압의 물대포를 맞아야 했던 민중총궐기 참가자들과 결국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한 백남기 농민. 이뿐만이 아니다. 광화문 광장은 언제나 넘어설 수 없는 성역의 공간으로 집회·시위가 금지되어, 이를 넘어서면 수백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지난 9년간 경찰이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공권력을 남용해 시민들의 집회·시위의 자유와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침해한 기억이 생생하다. 인권을 부정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며 진압에 성공한 경찰 관계자들이 이후 승진했다는 사실도 잊지 않고 있다.
경찰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것은 바로 이런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손바닥 뒤집듯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과거 인권적 원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경찰이 이제는 인권을 말하며 개혁인 양 포장하고 있다. 인권에 기초한 공권력 행사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정권에 따라서 인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서는 안 되며, 인권침해 방지라는 것은 무언가를 얻기 위한 전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당연히 지켜져야 할 경찰의 의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경찰’이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인권 친화적 경찰이 되겠다는 선언 이전에 인권침해의 역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 및 공식적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민에게만 ‘엄정한 법집행’을 강요하지 말고 경찰 스스로 자신들의 공권력 남용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실행할 것을 요구한다.
더불어 우리는 현재 수사권 조정과 함께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만 제기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보다 중요하고,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은 일제 강점기 순사에 대한 반감부터 독재정권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정치경찰이라는 국민들의 비판과 불신이 쌓인 경찰의 역사 자체이다. 인권 친화적 경찰은 공권력 행사의 기본이자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한 시작일 뿐이다.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노력은 수사권과 별개로 당연히 필요한 것이지, 수사권과 거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현재 검찰이 문제 되고 있는 것처럼 경찰 역시 정치경찰이 되지 않기 위한 구조적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경찰의 직무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여 범죄 수사뿐만 아니라, 정보수집・경비・교통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으며,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막강한 권력을 지닌 공안기관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경찰 조직을 바탕으로 시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집권세력의 이익에 봉사하는 조직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한 민주주의적・법치주의적 통제장치는 전혀 담보되어 있지 않다. 경찰의 거대한 권력을 분산시키는 구조적 개혁과 시민의 직접 참여에 의한 민주주의적 통제장치를 도입하는 근본적인 경찰개혁이 필요한 시기이다.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시작한 문재인 정부가 시민사회와 함께 이러한 경찰개혁 과제를 빈틈없이 추진하기를 요구한다.
이제 경찰은 스스로 선언한 것에 대한 충실한 실행을 해야 한다. 인권보장의 원칙 아래 책무성을 높이고 권한남용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와 권한분산, 민주적 통제방안을 실질화해야 한다. 그러긴 위해선 그동안 국제인권기구 및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이행하고 인권침해의 역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 및 공식적 사과와 책임자 처벌, 인권 존중이 가능한 구조적 개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을 요구한다.
◽ 우리의 요구
2017년 6월 1일
'인권경찰' 거듭나겠다는 경찰은 들어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