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로 헌법적 파괴를 용인할 수는 없어
<편집자주> 5.18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대학의 법학교수들이 헌법재판소에 검찰의 불기소 결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회장 박홍규, 민주법연)가 의견서를 작성, 이달 초부터 전국의 2백50여명의 법학교수들을 상대로 동의를 구하고 있다. 이에 호응하고 있는 법학교수들은 17일 현재 1백30명이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법연은 조만간 이들 법학교수들의 서명을 모아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검찰의 5.18 불기소 논리를 정연하게 반박하고 있는 법학 교수들의 의견서 중 공소시효에 관한 내용만 요약해 소개한다.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성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반드시 직권으로 판단하여야 할 부분은 바로 공소시효의 문제다.
가. 내란과 같은 헌법파괴적 범죄나 집단살해와 같은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내란죄에 공소시효를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 제도의 이름으로 사실상 헌법의 파괴를 용인하는 한편 향후에도 그러한 범죄행위의 시도를 고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소시효 제도는 적어도 헌법의 파괴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범죄행위나 헌법의 기본정신을 이루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사실 68년의 “전쟁범죄 및 인간성에 반한 범죄의 시효적용 제외에 관한 조약”은 이러한 관점에서 집단학살 등 반인륜적 범죄에 대하여는 국내법상의 공소시효제도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 사건 5.18 내란은 중대성과 현재까지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 피해의 규모와 죄질 등을 보건대 공소시효의 제도목적에 비추어 시효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형사정의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설사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하더라도 피고소인들의 실권 장악기간, 특히 대통령 재직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헌법 제84조에 대해 혹자는, 내란이나 외환의 죄에 대해 대통령의 형사불소추특권을 배제한 것으로 보아, 이 사건 내란죄의 경우 공소시효의 정지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한다. 그러나, 이럴 경우 내란이나 외환의 범죄에 연루된 대통령에게는 어떠한 형사상의 특권도 배제하려는 의도에서 마련된 이 헌법조항이 오히려 내란이나 외환의 범죄에 연루된 대통령에게만은 형사상의 특권을 제공해주는 헌법조항을 둔갑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다음으로 공소시효정지 사유는 범죄자가 대통령이라는 최고 통치권자였고, 또 범죄의 소추권자인 검찰은 바로 그러한 대통령의 명령과 지휘를 받는 지위에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실상 소추불가상태에 따른 공소시효정지를 인정하는 이런 입장에 따르면 현 문민정권이 출범하기 전까지는 5.18내란죄의 공소시효가 완전히 정지되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다. 대통령 재직기간 중 내란죄의 공소시효가 정지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5.18 내란죄의 공소시효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 기산점은 아무리 빨리 잡아도 비상계엄이 해제된 81년1월25일이기 때문이다. 공소시효 문제는 헌번재판소가 반드시 해명하지 않으면 안될 실로 중요한 헌법문제다. 과연 내란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적용되는지, 내란죄의 공소시효의 기산점을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 대통령 재직기간에는 내란죄의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되는지 여부는 헌법에 관한 최종적인 해석권을 가진 헌법재판소가 반드시 해명해야 할 중요한 헌법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