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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간첩이 되기까지 전과정 세밀하게 추적

-조작간첩 다큐멘터리 주요내용-


「조작간첩 다큐멘터리」는 대표적인 일본관련 조작간첩 신귀영, 강희철, 이장형 씨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들의 조작사건이 만들어진 역사․사회적 배경을 설명하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보는 형식으로 취하고 있다. 전체 내용을 설명하고 이끌어 가는 해설은 탤런트 유인촌씨가 맡았다.

영화는 한 사물을 보는데 있어서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사물의 형태는 정반대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화두로 시작한다. 맹목적인 반공이데올로기에 눈이 멀어 붉은 색으로 덧칠하여 보면 여기 소개되는 주인공들은 그 행위의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간첩일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이들이 사실은 간첩과는 전혀 무관한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어느날 갑자기 아무것도 모르는 채 정보기관의 밀실로 끌려가 피투성이의 간첩누명을 쓰고 나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귀영 씨 가족이 간첩행위를 한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한 박용규 씨는 15년이 지난 후에도 쉽게 진실을 밝히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의 증언은 고문에 못 이겨 지어낸 거짓이었음을 밝혔다. 박씨는 “시대는 변했어도 아직까지 사람(당시의 고문 경찰)은 변함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리지 못한 듯 자꾸 몸을 움추리며 힘겹게 인터뷰에 응했다.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아직도 군사독재 시대의 유산을 전혀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부끄럽고 우울한 자화상을 발견하게 된다.

86년 구속되어 무기수로 살고 있는 강희철 씨의 경우, 강씨 사건의 대법원 주심판사였던 박우동 전 대법관(현재 변호사)은 최근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이 사건이 조작의 혐의가 큰 사건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 변호사는 이 영화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거듭되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고사한 박 변호사는 강씨의 재심변호인에게 “내 판결이 오판이었음을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모든 조작간첩 피해자들이 매우 평범한 사람에서 갑자기 간첩으로 뒤바뀌지만 이장형 씨의 경우를 보며 우리는 역사의 아이러니 앞에서 망연자실해진다. 예비군 중대장으로 한국 전쟁때는 해병장교로 참전해 금성무공훈장까지 받은 철저한 반공주의자 이장형 씨는 반공이데올로기의 피해자가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윤공희 대주교, 김창렬 주교등 천주교 지도자들이 인터뷰를 통해 조작간첩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