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자 씨, "한국전력 어용노조 퇴진"등 주장
지난 12일 '어용노조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한 한국전력 산하 한일병원지부 노조위원장 김시자(36, 여)씨가 13일 사망했다.
김씨는 12일 오후 2시경 경주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던 한국전력노동조합(위원장 최태일, 한전노조) 중앙집행위원회 도중 "어용노조 즉각 퇴진" "정부의 공공기관 노조 전임자수 축소 지시 철회"를 외치며 분신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영광발전소 위원장 오경호 씨와 김씨를 규약 위반, 조직 분열책동 등의 이유로 징계하는 결의가 있을 예정이었다. 김씨는 이 회의에 참석 오씨와 자신 등 민주적 성향 지부장에 대한 징계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발표한 후 분신했다. 현재 김씨는 한일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다.
김씨는 84년 경기간호전문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한일병원에 입사, 89년 노동조합 부위원장을 시작으로 90년, 93년 노조위원장에 두 차례나 당선되는 등 노동조합 활동에 앞장서왔다.
한일병원 노조는 [전력노조 고 김시자 씨 분신대책위원회](위원장 김채로, 대책위)를 구성, △최태일 위원장등 노조 집행부 사퇴 △부당징계와 부당해고 철회 △노조 전임자 축소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김씨의 분신원인과 책임은 본질적으로 한전, 한국통신 등 정부투자 기관 공공노조에 대한 정부의 노동통제정책과 어용노조정책에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최태일(60) 한국전력 노조위원장이 "노조위원장 임기 도중 정년퇴임을 맞이했으나 회사와 합의하여 정년을 3년연장하고, 자신과 뜻이 다른 지부노조위원장을 전임해제 시키거나 인사발령을 시키는 등 회사측과 합심해 탄압을 일삼아 왔다"며 최씨의 퇴진을 주장했다. 최태일 본부위원장이 김씨를 징계하려한 이유도 2월1일부터 있을 지부 위원장 입후보 등록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권영길)은 15일 성명을 내고 "김씨의 죽음은 권력과 한전, 어용집행부가 미필적 고의에 의해 살해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13일 오후9시 최태일위원장은 김씨가 안치돼 있는 한일병원 영안실을 방문, 자리에 있던 조합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조문을 한 후 "김씨의 분신에 책임을 지고 노조간부들이 사퇴하겠다"는 각서를 썼다.
김씨의 유가족으로는 75세의 어머니와 오빠 두분과 언니 두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