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방문자까지 무차별 연행·구속
지난 두 달간 연행자 2백80여명, 구속자 1백1명. 5월 7일 국무총리 주재 치안관계장관 회의에서의 '좌경엄단' 방침이 가져온 전과다.
개혁과 역사바로세우기의 이면에서 진행되는 사상·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탄압이 5공 때의 수준에 결코 뒤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올 초 사회주의학생연합, 한국노동청년연대 구속 등으로 꾸준히 진행돼 오던 '진보'운동세력에 대한 탄압은 5월 7일의 공개적 선전포고를 거치면서 가속페달을 밟아 왔다. 선전포고 후 첫 목표물이 됐던 전국학생정치연합에 이어 5월 나라사랑청년회, 6월 이른바 '전남대 자주대오', 7월 들어 21세기진보학생연합, 애국크리스찬청년연합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에 상관없이 '진보'를 표방하는 단체는 모조리 사냥의 먹이가 되고 있다.
마구잡이 조직사건
일련의 조직사건에 일관된 탄압원칙은 찾아보기 힘들다. 각 단체의 성격은 스펙트럼의 빛깔만큼 다양하다. 강한 이념지향적 단체에서부터 민간통일운동 단체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어떤 단체는 학생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조선일보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무엇 하나 공통된 요소가 없어 보이는 단체들이 일제히 국보법상 이적단체라는 조항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단 하나,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자신들을 드러낸 공개조직으로써 정부의 사냥그물에 쉽게 걸려들었다는 점, 그리고 진보를 지향한다는 점 정도일 듯하다.
이들의 구속 근거가 되는 활동내용이 무엇이냐는 점 또한 의문이다. 다수의 구속자는 운동권 내에서 이미 '활동을 정리'한 일반 시민들이었다. 또한 이적단체 결성 혐의로 구속했다가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축소 처벌하는 것은 무리한 구속수사 남발이라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결국 정부는 소심한 레드(red) 콤플렉스를 여지없이 드러내 보였을 뿐이다.
탄압의 양상도 '우선 잡아놓고 보자는 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조선대에서 벌어진 하교학생 연행·훈방 사건이나, 국보법 관련은 아니지만 인권하루소식 김수경 씨를 불법 연행·구금한 사건은 최근 경찰의 반인권적 작태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김 씨에게 즉심에 회부하겠다며 협박까지 하다가 결국 '조사에 착오가 있었다'는 한 마디로 무마시키려던 태도는 무감각한 인권의식과 실적위주의 검거·구속방침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보수층 끌어안기
"정치적 반대자들을 거세하고 보수세력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각 분야·단체의 활동가들의 공통적 분석이다. 그러나 이를 제지하기 위한 재야·인권단체들의 대응양태는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자세와 꾸준한 연대'의 필요성이 재삼 강조되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