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거의 매일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내용은 성폭력관련 사건이다. 교장의 성추행, 소녀가장에 대한 마을주민의 성폭행, 유치원생 집단추행 등의 기사는 족히 읽는 이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이 최근 들어 갑자기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또한 성폭력의 주요 가해자가 친족을 비롯한 주변인물이고, 50% 이상의 성폭력이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18일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최영애, 상담소)가 밝힌 96년 상반기 상담현황에서도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상담소의 자료에 따르면, 가해자 가운데 친족 17.7%, 교사 및 강사 4.9%, 동네사람 13.1% 등 주변 사람이 전체의 62.1%를 차지했다. 또한,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성폭력 33.2% 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55%에 해당한다.
이번 자료가 전체 성폭력 사건이 아닌 상담 사례에 국한된 자료였다는 점, 그리고 시기에 따라 특정 성폭력 사례가 집중적으로 신고된다는 점을 고려한다해도, 그간의 통계와 비교해 볼 때 이번 통계가 일반적 추세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 상담소측의 설명이다.
조중신 상담실장은 "최근의 신문기사내용은 숨겨진 사실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며 "성폭력 사건은 결코 선정적·충동적·일시적 문제로 다뤄질 게 아니라 꾸준하게 대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다뤄져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가해자를 처벌하기보다 사실을 은폐하는 경향이 강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들의 고소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 상반기의 고소율은 15.2%로 지난해 11.6%보다 증가추세임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