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민주노총이 성폭력 사건을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한 개인이 거대한 조직에 맞서 문제제기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반인권적이고 부당한 사건을 당당하게 지적한 피해자의 용기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언론들이 계파갈등 등으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가운데, 지금까지도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보호, 가해자의 반성과 사과, 2차 가해의 예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후 민주노총은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임원들이 성폭력 해결을 위한 공식적인 절차를 밟기에 앞서 가해자를 제명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건을 수습하려고 했던 과정은 그 자체가 바로 성폭력 사건의 은폐와 축소이다.
그나마 임원 총사퇴, 재발 방지 계획 수립, 2차 가해에 대한 진상조사 등 민주노총이 뒤늦게 보이고 있는 모습은 지금까지의 운동사회 내 반(反)성폭력 운동의 성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해자를 처벌하기만 하면 사건이 해결되는 것인가? 또는 지도부가 총사퇴하면 사건이 해결된 것인가?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감수성을 민주노총이 아래로부터 만들어낼 수 없다면, 지금 밟고 있는 절차는 민주노총 내에서 성폭력 사건을 근절할 수 있는 예방책이 될 수 없다.
반성폭력 운동의 성과로 만들어진 형식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성별 간 권력관계에 대한 근본적 반성, 구성원 전체의 감수성을 키우는 인권교육과 성평등교육, 남성중심의 권위와 위계질서를 해체할 수 있는 조직구조 개편, 여성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조직문화 혁신 등의 노력을 반드시 함께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애써 만든 규약과 제도는 형식과 문서만 남은 채 성폭력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민주노총이 성폭력 사건을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혹시 지금까지도 민주노총 구성원들에게 조직이 입게 될 피해를 먼저 걱정하는 마음이 남아있다면, 성폭력은 다시 발생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민주노총에게 ‘사건의 올바른 해결’과 ‘성폭력 근절’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2009년 2월 12일
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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