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특사에 5.6공 비리사범만 포함
5.18 학살자들에 대한 사법적 심판이 한창인 이 때, 5.6공에 부역하고 대규모 부정비리를 저질렀던 비양심 부패사범들이 광복절 특사를 빌미로 대거 사면.복권된다. 반면, 역대 정권의 희생양인 양심수들은 이번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에서도 전원 배제됨에 따라, 다시 한번 김영삼 정권의 과거청산 의지를 의심케하고 있다.
13일 정부는 51주년 광복절을 기념해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을 실시한다고 밝히고 대상자 11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사면복권자 명단 2면에> 이번 특별사면.복권의 대상자엔 김종휘(율곡비리 관련자,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씨를 비롯해 동화은행, 슬롯머신, 산업은행 비리 관련자 등 전원 5.6공 관련 부정비리사범들만이 포함됐다. 이로써 올 들어 세번째 이뤄지는 특사에서 도 또다시 양심수들은 전원 배제됐다.
또다시 양심수 배제
법무부는 “이번 특사가 지난해 광복 50주년 특사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사회복귀능력이 있는 모범수 등을 조기에 사회활동에 복귀시켜 새 출발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국민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국가기강확립 차원에서 공안사범은 제외한다”는 방침에 따라 4백여 양심수 가운데 김태홍(38, 대전교도소), 이헌치(43, 〃) 씨 등 두 사람만이 가석방 대상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재일동포인 김태홍, 이헌치 씨는 각각 81년에 간첩 혐의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88년 20년으로 감형돼 16년째 수감중이었다. <인권하루소식 7월 18일자 참조>
각 단체 비난 성명
이날 정부의 사면대상자 발표에 대해 각 사회단체들은 즉각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김수환 추기경의 친서를 통해 양심수들에 대한 특별석방을 요청한 바 있는 천주교 인권위원회(위원장 김형태 변호사)는 “율곡비리, 동화은행 비리 등 각종 비리 연루자들에게만 선별적으로 면죄부를 준 것은 스스로 정권 최대의 치적이라고 자부하는 비리청산을 물거품으로 돌리는 행위이며 개혁정신의 포기를 선언한 것”이라며 “양심수의 석방을 통해 국민화합과 인도주의의 실현을 기대했던 국민들을 우롱한 행위이기에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천주교 인권위는 조만간 정부의 폭거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국기도회를 개최하는 등 4백만 천주교 신도 및 양심세력과 함께 모든 힘을 기울여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상임의장 정양엽)도 성명을 통해 “이번 사면조치는 대선을 앞두고 ‘구여권 끌어안기’ 차원에서 사면권을 악용한 것”이라며 “사면권의 정당성은 악법에 의해 갇힌 양심수를 석방할 때만 그 의미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리주범을 대거 사면복권 시키면서 단 2명의 양심수를 끼워 넣은 처사는 오욕의 현대사를 바로 세우려는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공동대표 김중배 등)는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과 5.18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비리관련 인사들에게 집중적으로 사면복권의 혜택을 준 것은 정부가 내세워 온 ‘역사바로세우기’에 역행하는 것”이라 지적하며 사면복권대상자들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