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단행될 대통령 취임 1주년 특별사면에서도 준법서약제가 여전히 양심수 사면의 걸림돌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법무부는 29년 이상 복역중인 이른바 초장기수 17명 등 모두 43명의 시국․공안관련 사범을 석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약 260명 가량의 양심수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사면에서 제외됐다.
이번 사면조치에 있어 정부는 준법서약제를 유지하면서도 국내외의 비난을 피하려다 보니 일관성과 형평성 모두를 상실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초장기수 17명에 대해 “북한에 가족을 두고 있고 고령인 점을 감안, 인도적 차원에서 준법서약없이 석방을 결정”하고서도, 역시 북에 가족을 두고 70세가 넘은 손성모(71․19년째 구금), 신광수(71․15년째 구금) 씨는 준법서약 거부를 이유로 사면대상에서 제외했다.
강용주 씨등, 준법서약 예외
또 준법서약을 거부해온 강용주(구미유학생 사건․15년 구금), 조상록(일본유학 간첩사건․22년 구금) 씨 등을 석방키로 하는 등 ‘전향적 자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류락진(94년 구국전위 사건) 씨 등 다른 준법서약 거부자들은 사면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중잣대를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8․15특사 때 준법서약서를 제출했던 안재구(구국전위) 씨와 이번 사면에 앞서 준법서약을 한 최호경(민애전 사건․92년) 씨가 석방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준법서약조차도 사면의 충분조건이 아님을 보여줬다. 최호경 씨와 비슷한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김낙중, 손병선 씨는 이미 8․15특사 때 준법서약을 하고 석방된 바 있다. 민가협은 “조상록․강용주 씨의 석방은 준법서약이 절대적 기준이 아님을 입증한 것”이라며 “이제 준법서약제를 완전히 철회해 양심수 사면의 잣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결수 전원 배제
이번 사면에서는 또 미결수들이 전원 배제되고, 정치수배자들에 대한 수배해제 조처가 생략돼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불러왔다. 과거 노태우 정부는 미결수의 경우, 공소취하 등의 형식으로 석방하고 정치수배자들을 전원 수배해제 조치한 바 있다. 결국 현 정부는 노태우 정권보다도 양심수 사면에 적극적이지 못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노동운동 관련자들이 대부분 사면대상에서 배제됨으로써 노동계의 강한 반발과 저항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이 밝힌 22명의 구속 노동자 가운데 단병호 전 금속연맹 위원장, 김광식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등 21명이 사면에서 배제됐으며, 유덕상 수석부위원장 등 수배자 9명도 여전히 수배상태에 놓이게 됐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조치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강력한 대정부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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