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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대학자율성 침해 넘어 정치도구화 우려

연세대 교수들, 학생 의사소통 공간 차단


지난달 긴 악몽과 같았던 시간을 보낸 연세대에선 지금 5·6공 시절에도 없었던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어 개강을 맞은 학생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이른바 '한총련 사태'를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파시스트적 분위기에 교내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까닭이다.


연세춘추 배포금지

지난 2일 연세대측은 연세대 지성의 상징인 학보<연세춘추>의 배포를 금지시킴으로써, 학생들로부터 군사독재보다 더 심한 탄압이라는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번 배포금지 조치는 <연세춘추> 6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또한 연세대측은 경찰이 진압작전을 마친 지난달 20일부터 교내 대자보를 철거하면서 학생들의 항의를 불러오더니, 지난 5일에는 총장과 부총장이 직접 나선 가운데 40여명의 교수들과 낫을 든 교직원들을 대동하면서까지 대자보 철거작전을 감행했다. 이미 학교측은 '학교측의 검인을 받지 않은 대자보는 모두 떼어버린다'며 자보 사전허가제도를 적용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자유로운 사상교환 보장이라는 대학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난을 사 왔었다.


"한국일보 오보 냈다"

한편 5일 대자보 철거 과정엔 기자단이 동행했으며, 다음날 신문지상엔 '교수와 학생간의 몸싸움'이라는 내용이 기사가 일제히 보도됐다. 특히 6일자 한국일보에 학생들이 교수들의 넥타이를 잡았다는 내용의 기사와 사진이 실리자, 연세대 학생들은 취재기자로부터 확인했다는 기사의 진위를 대자보로 공개했다. 취재기자는 보도된 내용이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 데스크에서 수정한 내용이라고 답변했으며, 사진기자 또한 자신이 사진설명 기사를 쓰지 않은 것으로 답변했다고 한다.


정부 개입 의혹

이렇듯 학원의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 개진의 통로를 봉쇄하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학원자치와 민주주의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행위라며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다. 총학생회 교육선전국장은 "선생님들의 뜻만으로 진행되는 일이라 보기 어렵다. 위(정부, 청와대)에서의 압력 없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돌연 이념교육관 작업

이러한 공개적 탄압 외에도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오는 또 다른 일이 진행되고 있다. 그것은 비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종합관의 이념교육관화이다.

진압이 끝난 직후만 하더라도 연세대측은 모금운동까지 벌여 종합관 복구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도 스스로 종합관 청소를 시작했으며, 복구작업은 당연한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연세대생 반대서명운동

그러나, 갑자기 종합관의 복구작업은 중단되었다. 울타리가 생기고 연일 관변단체를 비롯한 각 단체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신문지상엔 이념교육관에 대한 이야기가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학생회 간부는 "복구작업이 중단된 것은 대통령이 학교를 방문한 날부터였다. 그리고 연세대인들 사이의 아무런 논의나 동의도 없이 느닷없이 이념교육관 이야기가 나온 것은 학교측의 지나친 아부"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념교육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학원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겠다는 뜻"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연대생들 사이엔 이념교육관 반대 서명작업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