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14일 오후 2시 40분경 헬기 11대, 51개 중대 6천명, 다연발 최루탄 발사차량, 소방차를 연세대에 투입, 한총련 학생들이 진행하고 있던 범청학련 집회를 강제해산 했다고 한다. 이어 '나라를 걱정하는 모임' 등. 친관변 단체들이 일제히 경찰의 과잉폭력진압을 ‘엄정한 법집행’으로서 옹호하면서 학생들을 나무라고 나섰다.
우리는 최근 며칠간 진행된 경찰들의 학교 구내의 학생 집회에 대한 탄압을 지켜보면서 인권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엄정한 법집행’은 정부 공권력의 생명이다. 정부의 공권력이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으면 정부는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명분도 잃게 됨은 자명한 이치이다.
그러나 이번 8.15 특사에서 5공비리 관련자들을 모두 사면 복권시킴으로써 대통령이 사면권을 함부로 남용한 데서도 극적으로 드러나듯이 현 정부의 법집행은 극도로 자의적이다. ‘엄정한 법집행’이란 것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와 다른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이미 ‘엄정한 법집행’일 수 없다. 정부는 모든 측면에서 공정한 법집행의 모습을 관철시킨 후에야 엄정한 법집행을 주장할 수 있음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둘째, 학생들의 집회를 불법집회로 몰아붙이는 태도를 우리는 반대한다.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체제라고 한다면, 분명 의사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며, 의사표현의 한 형태인 집회결사의 자유 또한 분명히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껏 학교 구내에서 열리는 집회는 관례적으로 집회 신고도 없이 치러 왔던 점에 비춰 볼 때 정부가 학생들을 불법으로 매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의사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억누르는 정부의 강경진압이 ‘인권’의 관점에서 불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지금껏 보여온 통일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매우 혼미스러운 것이었다. 일관성 없는 통일정책은 분명 정부의 통일의지를 의심케 하는 바 있으며 이는 민간차원의 통일논의와 통일운동, 교류활동을 철저히 불법시하여 온 정부의 태도에 잘 드러나 있다 할 것이다. 현정부의 이런 통일정책 아래 학생들이 자구책으로 이른바 ‘불법’대회를 강행했다고 한다면 이번 불행한 사태의 원인제공자는 분명 정부측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와 민주주의의 근간인 의사표현,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당장 연세대 등 6개 대학에 대한 경찰병력 배치를 철회하고, 구속.연행된 학생들을 석방할 것으로 촉구한다.
1996년 8월 14일
인권운동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