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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대법, 이창복 씨 무죄판결 원심파기

‘미필적 인식’만으로 유죄…사상, 양심의 자유 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던 이창복 전국연합 상임의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23일 대법원 형사1부(주심 이돈희 대법관)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이는 국보법의 적용범위를 엄격화 하고자 했던 서울지법 재판부의 판결을 정면으로 뒤엎은 것으로서, 박충렬 씨 사건을 비롯해 향후 국보법 판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상영 충북대 교수(법학과)는 “심증을 가지고 유추하는 것은 법 원칙상으로도 금지해야 하는데, 양심의 자유를 유추해석해서 처벌하는 것은 수십년을 후퇴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전국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대법원의 판결은 향후 공안당국에 의해 자행되는 예비검속에 면죄부를 부여해 사회전반에 공포분위기를 조장하고, 국민의 사상․표현의 자유에 족쇄를 채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기본권에 족쇄 채워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보법 제7조 5항(이적표현물 제작․배포등)의 목적은 적을 이롭게 하겠다는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까지는 필요 없고 미필적 인식으로 족한 것”이라면서 “피고인의 표현물 내용에는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선전활동에 동조하는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95년 4월 서울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이신섭 부장판사)는 “국보법제7조(반국가단체 찬양․고무등)는 넓게 해석․적용할 경우 위헌의 소지가 있으므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며 이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90년 헌법재판소의 국보법 제7조에 대한 위헌심판결정을 원용하며, “자유민주체제를 비판하거나 북한과 일치되는 주장을 하더라도 반국가 활동성이 없는 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