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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거리에서 드리는 성탄예배> 늙고, 상처받은 영혼들의 인간선언


지난 25일 청량리 쌍굴다리 아래에서는 다일공동체, 경실련, KNCC인권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조촐한 성탄절 예배가 열렸다. 굶기를 밥 먹듯 하는 무의탁 노인, 오갈데 없는 행려자, 윤락여성 등 상처받은 이웃들과 점심 한끼, 작은 선물 하나 나눠 가지는 소박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이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행려자 인권선언서”가 낭독되었다. 요약해서 싣는다<편집자주>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도록 지음받은 존재이다. 이 사실은 하늘 아래 누구나가 인정하는 보편적인 진리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는 이러한 보편적 진리가 자주 무시되곤 한다. 특히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일수록 이러한 원칙은 공공연히 깨어지고 대다수의 사람들도 이를 당연시한다.

특별히 우리는 똑같은 인간이면서도 정부와 사회에 대해 철저히 인권이 무시되고 있는 인권의 사각지대 청량리의 참혹한 현실을 호소하고자 한다. 헌법에 보장된 인간평등권이 사실이라면 우리도 인간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땅에서 살고 있는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면서도 법으로 보장된 생활보호대상의 혜택에서 마저 제외되어 있다. 사회의 무관심 속에 가리워져 없어져야 할 존재로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 아닌 사람인) 행려자는 전국에 무려 수만 명에 다다른다. 주로 역주변이나 지하도 등에서 살아가며 한겨울에도 거리에서 노숙하다 얼어죽는 사람이 해마다 2천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한겨울의 노숙은 물론 굶기를 밥먹듯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는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없어 거리를 떠도는 행려자 및 노숙자에 대해 무성의한 시립병원과 갱생원 등을 대책으로 내세우지만 우리는 그곳이 보호기관이 아니라 감금기관이며 우리의 인간으로서의 삶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조속한 죽음을 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중략>

국제화·세계화를 부르짖으며 선진국 문턱에 섰다는 이 나라, 이 국민들 앞에서 한 인간이며 국민으로서의 동등한 가치와 정당한 권리로써 모든 행려자, 무의탁 노인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1. 행려자, 부랑자도 인간이며, 국민의 한 사람이다.정부는 행려자 복지법을 강화하고, 기본생존권을 보장하라.

2. 정부는 관변단체를 위해 불하하는 국유지 및 시유지에 행려자를 위한 무료 숙소,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무료 식당을 지어 의지할 곳 없는 소외된 이웃들의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3. 행려자, 부랑자들의 시신을 의학 해부용으로 팔아 넘겨 장례비 및 시신대금을 착복하는 시립병원은 행려자법에 따라 거리에서 연고없이 죽어간 이들도 반드시 화장 또는 매장하여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갖추라.

이와 같은 요구를 즉각 수용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토록 관계당국에 촉구하며 이를 위해 대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