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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터뷰: 박성인(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정책위원장)

-53년 제정된 이후 노동법의 역사는 어떠했는가.

=한 마디로 개악의 역사라 말할 수 있다. 5·16 군사쿠데타, 70년 유신정권, 80년 전두환정권 당시 노동법은 개악되어 왔다. 단 87년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으로 일정정도 개선된 듯 싶다. 또 한가지 특징은 개악의 방향이 자본의 요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며,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과 노동3권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사실이다. 87년 노동법 개정이후 민주노조운동은 노동법 개정투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노동법 개정의 주체는 노동자였다.


-노동법 개정싸움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이번 노동법 개정싸움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 추세다. 현대 자본주의가 자본축적을 해가면서 요구하는 부분은 새 기술의 축적과 노동력의 유연한 이용이다. 이 자본의 운동은 국경을 초월하는데, 단적인 예로 실업문제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의 노동법 날치기통과는 자본의 운동 및 논리를 법적·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번 노동법 개악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복수노조를 상급단체마저 3년 유예시킨 것이라고 하는데

=지난 10년 동안 민주노조의 요구는 복수노조 허용, 제3자 개입금지, 공무원·교사 단결권 등이었다. 이 악법은 군사정권 당시 유지·온존되어오던 것인데 이전 개악과정에서도 제외되었다. 이러한 면에서 현정권은 과거청산의 의지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노동법 개악 중 간과하는 부분은 없는지

=제대로 부각되고 있지는 않지만 핵심적인 사항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노조대표자가 교섭권한과 단체협약체결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또한 쟁의행위 기간 중 파업사업장에 대체근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대표자의 교섭권과 체결권의 일원화는 조합원 총회 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키자는 것이다. 이는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과이다. 이 두 부분은 노동현장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무노동무임금이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는 차후의 문제다.


-이번 총파업은 노동자들에게 승산이 있는가

=김영삼 정권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경제문제는 핵심적 사안으로, 재벌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적 중산층이 신한국당을 지원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긋났다. '고용불안, 안기부법 개악, 날치기통과' 이 세가지 사항으로 신한국당은 지지기반인 보수적중산층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S는 강공 밖에는 없다. 대선까지는 전국 주도력을 장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들 역시 퇴로는 없다. 15일까지 파업은 확산될 것이며, 민주노총과 범대위의 투쟁은 범국민적 항쟁으로 발전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힘의 대결은 불가피하며, 그 힘의 결과로 판가름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