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검찰은 현재의 총파업은 이른바 정치파업으로서 정당성이 없다는 점을 든다. 사용자와의 단체협약 체결을 목표로 하는 통상의 경제적 파업과 달리 정부의 정책이나 입법에 대한 의사표시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정치파업은 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략)
노동자총파업, ILO 법원칙에 합당
그러나 검찰과 법원의 이와같은 법적용은, 정부를 상대로 하는 정치파업이라 할지라도 임금과 근로조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 정책 및 입법에 대한 항의파업은 정당한 파업이라는 국제노동기구의 확립된 법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중략) 정부의 사회경제 정책 및 입법에 대한 항의파업에 대해서는 이를 정당한 파업으로 봐야 하며 따라서 형사책임이나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국제노동기구의 확고한 입장이다. 유럽인권위원회와 함께 유럽인권기구의 양대 지주의 하나인 유럽사회헌장 전문가위원회도 같은 입장이다. (중략) 국내의 통설도 순수정치파업과 구별되는 경제적 정치파업, 곧 임금, 기타 근로조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부정책이나 입법에 대한 항의파업에 대해서는 정당성을 인정하는 입장이다. (중략) 요컨대 국제노동법과 국내통설은 정치파업을 순수정치파업과 경제적 정치파업으로 구분하고 후자에 대해서는 정당성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누가봐도 경제적 정치파업임이 명백한 작금의 총파업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법리상으로도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 파업에 대한 형사처벌 금지
더욱이 선진국들에서는 파업의 정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파업이 비폭력적으로 평온하게 진행되는 이상 파업지도부를 잡아넣지 않는다. 아니 잡아넣을 법적 방법이 없다. 파업행위 자체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미 오래 전부터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중략) 이렇게 볼때 파업행동 자체를 업무방해죄로 걸의 파업주동자를 잡아넣고 태연히 징역형을 때려 잡범취급하는 우리의 법집행 관행은 이중삼중으로 국제노동법에 위배되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후진적인 관행으로서 이번 사태에서 연출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문제는 경제적 정치파업을 정당한 파업으로 허용할 경우 혹시 이런 류의 파업이 부쩍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를 상대로 하는 정치파업은 비상한 경우가 아니면 실제로 조직이 불가능하다. (중략) 반면 정치파업은 금압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정치파업에 대한 전면금압은 오히려 극한대립과 대량처벌의 악순환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는 것이 국제노동사의 경험이다. (중략) 특히 파업주동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능사로 알았던 지난날의 경험은 파업처벌이 별 실효성도 없으면서 사태를 꼬이게 할뿐이라는 교훈을 제공한다. (중략) 정부여당과 사법당국은 이러한 교훈과 법리 위에 굳게 서서 처벌만능주의의 법가적 유혹을 단호히 뿌리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적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 1월10일 발표된 의견서로, <범국민대책위원회 투쟁속보 8호>에 소개된 글입니다.
곽노현(방송대 법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