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중인 법원노동자에 집시법 적용
법원의 시설관리노동자들이 파업을 한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엄연한 사업장인 법원에도 출입하지 못하고 있다.
급여체계 정비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28일부터 파업 중인 대법원과 고등법원의 시설관리노동자들(명호종합기술개발 소속)은 2일 아침 법원 출입을 통제당했다. 이들은 법원에서 통신·전기·기계·방재·영선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전국시설관리노조 명호개발지부 나용근 사무장은 "대법원 총무과장이 '당신들의 사업장이 아니니까 들어오지 못한다'며 출입을 저지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앞서 28일엔 노조가 법원 앞에서 파업집회를 하는 중 경찰이 이상선 대법원 지회장 등 3명을 서초경찰서로 연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검찰은 어떤 혐의를 적용해야 할지 난감해하다 '시설관리노동자들은 법원이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에서 쟁의행위를 해선 안 되고, 법원은 집회금지 장소이기 때문에 집시법 위반'이란 노동쟁의전담부서인 고등법원 특별11부의 소견을 근거로 이들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법률원의 강문대 변호사는 "계약형식과 관계없이 노동자가 실제 일하는 곳은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조합활동의 공간이기도 하다"라며, "전체 법원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동자들이 법원에 모여 파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노동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견해"라고 말했다. 또 강 변호사는 "파업권은 헌법상의 권리로서 집시법보다 상위에 있다"라며, 노동자들에게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저임금에 뒤죽박죽 임금체계
한편, 명호개발 측은 노조의 요구엔 귀를 막고 있어 파업의 조기 타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노조는 △직급별 기본급 상향조정 △기본급을 기준으로 월 상여금, 월차·연차 수당 책정 △일·숙직근무 시 1회당 1만5천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사측이 노동자별로 지급해야 할 임금총액을 정한 후, 급여명세서 상에 이것의 50%를 기본급으로 하고 일관된 기준 없이 10여가지 항목의 수당의 합이 나머지 50%가 되도록 나눠 적는 식이다. 이 때문에 한달도 채 일하지 않은 노동자의 급여명세서에 연차수당과 월차수당이 지급된 것으로 기록돼 있는가 하면, 여러 날 당직근무를 한 사람보다 당직근무일이 적은사람의 당직수당액이 더 많은 것으로 적혀 있기도 하다.
그러나 회사측은 "임금이 터무니없이 높아진다"라며, 노조측이 제시한 급여체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최대엽 노조지부장은 "이번에 노조가 낸 임금인상 요구안은 건축물유지관리협회에서 2002년 공시한 단가의 50% 선이고, 민주노총 표준생계비에도 현저히 못 미치는 것"이라며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말했다.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안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가장 낮은 직급의 경우 매달 99만원, 높은 직급의 경우 1백38만원 선의 임금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는 낮은 임금 때문에 노동자들이 평균 6개월 정도 일하다 그만 둘 정도로 이직율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