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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조작간첩 유죄' 법관 헌법재판관에

주요공직자 인준청문회 통해 검증해야


83년 송씨일가 간첩단 사건에 유죄를 선고했던 이영모(58·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씨가 15일 대통령에 의해 신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자 이에 대한 비난과 함께 공직자 인준청문회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타(소장 박은정 이화여대 교수)는 17일 "송씨일가 간첩사건, 유서대필 사건, 12·12 기소유예 사건 등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이영모 씨는 헌법재판관으로서 부적격하다"며 "대통령의 이번 지명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사법감시센타는 "이번 사건을 통하여 주요공직자에 대한 인준청문회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씨일가 사건은 송지섭(당시 59세) 씨 등 일가 29명을 간첩단으로 조작발표한 80년대 최악의 인권유린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82년 '안기부 최대의 개가'라며 발표된 이 사건은 변호인단의 집요한 노력 끝에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송지섭 씨에게 최종 징역7년6월형이 확정되는 등 대부분의 공소사실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피고인들은 수사과정에서 최소 75일에서 1백16일까지 불법구속된 채 날조된 자백을 강요당하며 온갖 고문을 당했다고 법정진술했다. 이영모 씨는 이 사건 항소심 재판장으로서 송 씨에게 징역 25년형을 선고하는 등 관련자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림으로써 고문과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대법원은 항소심에 대해 무죄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고, 이 대법원판결은 공안당국의 조작으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보장한 획기적 판결로 정평이 나 있다. 90년대 대표적 인권피해 사건인 이른바 '유서대필' 사건이 서울형사지법 재판부에 계류됐을 때 이영모 씨는 서울형사지방법원장으로 재임 중이었다. 사법감시센타는 "수많은 의문점이 제기되는 이 사건에서 외풍을 차단하고 판사들의 소신판결을 격려해야 할 위치에 있던 이 판사의 행위가 밝혀져야 한다"며 "이는 헌법재판관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또 이영모 씨는 95년 1월 당시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의 자격으로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기소편의주의상 검찰이 12·12사건에 내린 불기소 처분에는 잘못이 없다"고 답변했는데, 사법감시센타는 "이 씨가 잘못된 검찰의 입장을 결과적으로 대변했다"며 "불기소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이 폭주하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으로서 올바른 결정을 통해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견제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영모 판사는 여러 요직을 거치면서 법정시설 견학 허용, 소송관계자 판사실 출입제한 결정 등 합리적이고 탁월한 행정능력을 보였으며 검약한 사생활로도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요 정치적 사건과 관련된 이 씨의 언동에 비추어 독립적이고 합리적 재판을 내려야 하는 헌법재판관의 책무에 적격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 사법감시센타의 결론이다.

한편, 사법감시센타는 16일 대법관으로 임명제청된 송진훈 부산고법원장에 대해 "기본권 의식과 합리적 판단력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개인적 사회적 활동과정에서도 별다른 물의를 야기한 적이 없다"며 "무난한 지명"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