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사실 부인, 6개월 넘게 첫 공판 안 열려 속앓이
지하철 행상 도중 의경에게 폭행을 당했던 뇌성마비 장애인 이동원(29) 씨가 사건발생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인권하루소식 96년 4월 10일자 보도>.
심한 머리통증으로 서울 성동구 ㅎ병원 신경정신과 병동에 입원해 있는 이동원 씨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며 고통에 겨워하고 있다. 담당의사는 "머리에 외상은 없고, 심한 분노와 스트레스에 의한 두통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지난해 1월 11일 홍제역 구내에서 지하철수사대 소속 김준태(23) 의경에게 폭행을 당한뒤, 뇌진탕 및 두피열상 등의 진단을 받았다. 이 씨는 6개월간의 입원생활 후에도 계속 약물치료를 해왔지만, 올해 들어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고 한다.
가족들은 "밤마다 악몽을 꾸다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기도 하고, 머리를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다며 통증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폭행의경, "이 씨가 거짓말한다" 주장
이 씨의 상태가 악화된 데는 가해자가 폭행사실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이동원 씨가 허위 진술을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시비를 가려줄 재판마저 지연되고 있어 이 씨의 속앓이는 계속됐다고 한다. 이 사건에 대한 첫 공판(담당:서부지원 형사3단독)은 당초 지난해 10월 18일로 예정됐으나, 변호인측의 공판기일 변경신청에 의해 연기된 이후 현재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교회·복지회관·관공서 등, 이 씨 진정서 써주기도
최근 가족들은 교회, 복지단체와 심지어 구리시청 관계자로부터도 이 씨를 위한 진정서를 받아냈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관(관장 김학묵)은 "이 씨는 신체장애가 있지만, 마음에는 장애가 없다"며 "이 씨는 허위로 구타를 당했다고 할 사람이 아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써 주기도 했다.
이 씨는 매일 저녁마다 병원에서 열리는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이 시간 동안만은 머리의 통증도 잊고, 마음도 편안하다고 한다. 그러나, 마음 속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거듭 '신속한 재판'으로 시비를 가려줄 것을 요구하면서도 "경찰을 상대로 하는 재판인데 제대로 될까"라는 의구심만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