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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나라밖 소식: 말레이시아, 국내보안법 칼바람

정식 재판 없이 2년 옥살이


8일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는 긴장이 감돌고 있다. 9일로 예정된 인권․사회단체들의 대규모 집회에 대해 말레이시아 정부 당국이 강경 대응 방침을 공언한 가운데, 사회단체들은 집회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의 인권단체인 수아람(SUARAM)의 한 활동가는 전화 통화에서 경찰이 시위대에게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이번 집회를 비롯해 정부에 대한 사회단체들의 저항은 지난 4월 정부가 10명의 사회단체 활동가들을 ‘국내보안법’(Internal Security Act)을 적용해 구속함으로써 촉발되었다. 구속 사유는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의 유죄판결 2주년 집회 준비에 참여했다는 것으로, 이에 대해 사회단체들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민주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저항해왔다.

연행자 중 이잠 모하메드 노어, 티안 추아, 히샤무딘 라이스, 사리 순집 등 4명은 압둘라 내무장관의 구금 명령에 따라 지난 6월 2일 카문팅 구치소로 이송돼, 재판도 받지 못한 채 앞으로 2년간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한다. 내무장관은 이들이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마하티르 정부를 전복하려 공모했다는 혐의가 명백하다고 구금 명령의 이유를 밝혔다.

말레이시아의 국내보안법에 따르면, 경찰은 연행자를 재판 회부 전 60일 동안 유치장에 구금할 수 있으며, 그 후에도 내무장관의 구금 명령이 있으면 정식 재판 없이 구금 기간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보안법은 국가안보에 관한 한 사법부의 영장 없이도 사람을 구속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수사당국에 부여해, 자의적 판단에 따른 인권침해가 빈발하고 있다.

나머지 6명의 연행자 중 2명은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40여일 만에 풀려났고, 또 다른 2명은 지난 5월 30일 인신보호 심사를 받고 풀려났다. 이로써 아직 구금 연장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사람은 2명이다. 이들은 14일 인신 보호 청구에 대한 심사를 받는다.

앞서 5월 30일 인신보호 심사 결과는 매우 이례적인데, 당시 심사를 맡은 모하메드 히샤무딘 판사는 “이들에 대한 구금은 법에 합당하지 않으며, 구금을 연장할만한 근거도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석방 이유를 밝혔다. 히샤무딘 판사는 이어 “40일이 넘는 구금 기간 동안 가족과의 면회를 금지한 것은 잔인하고도 비인간적이며, 변호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한 것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에 연행됐던 10명 모두 구금 기간 동안 변호인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가족과의 면회가 오랜 기간 금지되었다. 그들은 모두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독방에 유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