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적준, 철거폭력 대명사
회사인가. 깡패집단인가. 철거지역에서 으례 출현하는 철거용역회사와 그 직원들은 철거민들에겐 소름끼치는 공포의 대상이다. 이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폭력과 방화, 성추행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철거민의 죽음까지 불러오고 있다.
지난달 25일 전농동 철거지역에서의 박순덕 씨 사망사건은 철거용역원들의 강제철거 과정에서 빚어진 대표적인 참극이다. 18미터 철탑망루를 쌓고 그 위에서 농성을 벌이던 주민 10명은 강제철거 과정에서 갑자기 발생한 불길을 피하지 못한 채 투신, 박순덕 씨가 사망하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현재 화재원인에 대해선 철거민들과 용역직원 사이에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농동 철거용역을 맡은 (주)적준(대표이사 정숙종)측은 “주민들의 화염병에서 나온 신나가 화재원인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망루 주변 곳곳에서 작은 불씨들이 타고 있었다. 주민들이 던지던 화염병에서 신나가 유출되어 삽시간에 불이 확산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반면, 전국철거민연합(의장 남경남, 전철연) 측은 “용역직원들의 방화가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전철연 측은 “두더지잡기라도 하듯 용역깡패들이 망루주변에서 옷가지와 폐타이어를 태워 철거민들의 질식을 기도했다. 그리고, 화재방지를 위해 설치된 1층 방벽을 뜯어내고는 기름이 묻은 폐타이어를 던져넣고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당시 망루는 2층의 취사용 가스통에서 새어나온 가스로 가득찬 상황이었고, 폐타이어에서 나온 불길이 가스에 옮겨 붙으며 5층까지 치솟았다는 것이다.
아직 경찰에서 화재의 발생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 전농동 사태는 강제철거와 철거폭력의 악순환에서 비롯된 비극임이 분명하다.
철거폭력 방지대책 절실
특히 이번에 전농동 철거용역을 맡은 (주)적준에게는 ‘폭력’의 꼬리표가 끊이지 않고 붙어왔다. 지난 4월 용산구 도원동에서 주민들과 서울지역철거민연합 소속 회원들이 집단폭행당한 사건을 비롯해 4-5월 영등포구 신길동에서의 방화사건, 성동구 행당동에서의 주민협박․폭행 사건 등 철거폭력 시비가 있는 곳마다 적준의 이름이 등장했다. 또한 적준은 95년 4월 봉천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반원이 여성주민의 음부에 연탄재를 쑤셔넣은 사건으로 커다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올 4월 현재 서울시내 재개발지구는 모두 96개 지역이며, 이 가운데 (주)적준이 용역을 맡은 지역은 무려 42개 지역에 달하고 있다. 철거폭력에 따른 제2, 제3의 희생을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