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페스카마호 사형 집행정지 요청
27일 김수환 추기경은 김영삼 대통령과 김종구 법무부장관에게 페스카마호 선상반란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전재천(39) 씨의 사면과 형집행 연기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김 추기경은 탄원서에서 “사형수의 삶을 살고 있는 전재천 씨가 저지른 죄는 엄히 다스려야 하나 자신의 죄를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는 진실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그에게 부여할 수 있도록 (법무부장관은) 그의 형집행을 연기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요청했다.
사회․종교단체 탄원서 제출
그간 중국 내 조선족 동포들의 탄원서가 잇따랐으며, 국내에서도 사회단체․천주교․불교․원불교 등에서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또한 「성남 외국인노동자의 집」「부산노동자교육협회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등에서 영치품과 가족 입국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여왔다.
페스카마호 사건의 근원을 바라보는 김 추기경의 시각 또한 그간 전재천 씨등을 위해 정부에 탄원서와 모금활동을 벌여온 인권․종교단체들과 비슷하다. 즉 지난해 8월 11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간 페스카마호 선상반란 사건은 사형수 전 씨등 6명만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매일 욕과 뭉둥이, 쇠파이프로 맞아 진저리를 친 전재천 씨등 중국동포를 포함한 외국선원들 모두 혹독한 선상폭력에 대해 항의하고 반항하다 마침내 하선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선장은 하선하면 경찰에 구속되어 중국에 돌아갈 수 없고, 보증금으로 맡긴 5만페(한화 5백만원)를 모두 회수할 수 없다고 협박했다. 이 말을 사실로 받아들인 피고인들은 중국사회에서 평생을 벌어도 갚을 수 없는 엄청난 액수인 5만페를 회수할 수 없어 경제적 파탄에 빠지게 될 뿐 아니라 다시 선원으로 취업도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죽는 것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극도의 절망감에 빠졌다. 그리고 그 깊은 절망감은 엄청난 비극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한편, 대법원 형사3부(송진훈 대법관)는 지난 7월26일 상고심에서 전재천 씨에게 사형, 백충범(28) 씨등 5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