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론 일단 제동…향후 사회단체 활동 주목
2일 김영삼 대통령이 “추석전 사면 불가”의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전두환․노태우 씨의 사면논의가 일단 주춤거리게 됐다. 그러나 전․노 사면에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은 사면불가의 원칙을 계속 확인하며 예정된 집회와 토론회 등을 이어갈 방침이다.
우선 과거청산국민위원회(상임대표 김상근)와 민주노총, 전국연합 등은 예정대로 3일 오후 2시 여의도에서 ‘정략적 전․노 사면기도 규탄대회’를 갖고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를 항의방문하기로 했다. 또한 「국민승리21(가칭)」(대표 권영길, 이창복)도 4일 오전 10시 ‘전․노 사면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진정한 과거청산없는 전두환․노태우 씨 사면불가” 원칙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국민승리21측은 당초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노사면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시민단체에 대한 비상시국연석회의를 제안할 예정이었으나, ‘추석전 사면론’이 물건너 감에 따라 제안은 유보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때까지 사면문제 거론
그러나 국민승리21측은 “대통령선거 때까지 전․노 씨의 사면문제를 끌고 갈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대선 기간 동안 전․노 사면문제를 통해 권영길 후보와 보수정당 후보들간의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 대통령의 입장 표명으로 정치권 내에서 전․노 사면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지만, 민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한 진보진영에게는 전․노 사면론이 과거청산의 과제를 새삼 강조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점에서 5일 ‘전․노 사면 문제의 바람직한 처리방향’이라는 주제로 과거청산국민위가 주최하는 긴급토론회는 향후 시민․사회단체들의 행동방향을 예측케 한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자리다. 이날 토론회는 당초 ‘추석전 사면 저지’ 운동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제민주단체 및 각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전․노 사면과 과거청산운동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펼치는 장으로 그 성격이 바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토론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사면 공세’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던 제민주세력이 공세적인 과거청산투쟁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