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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청소년보호’ 불똥, 사회단체로

단체간행물에 청소년유해매체 낙인


최근 만화사태를 통해 위력을 선보이고 있는 청소년보호법의 불똥이 사회단체로까지 튀고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간윤)는 지난달 19일 공문을 통해 “서울민주청년단체협의회(의장 전상봉, 서청협)가 발행하는 회지 <서울청년>(통권8호)이 청소년유해간행물”이라는 결정을 통보했다. 이러한 조치가 앞으로 각종 사회단체 간행물 등에 대해서도 유사하게 적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간윤은 이번 결정의 이유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하고 있지만, 청소년보호법 제10조(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 가운데 4항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 형성을 저해하는 반사회적․비윤리적인 것’이라는 조항을 적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간윤의 심의위원으로는 이택기․계희열(고려대 교수), 송기중․전인영․한영호(서울대 교수), 박충석(이화여대 교수), 강상현(연세대 교수), 김대모(중앙대 교수), 김은상(홍익대 교수), 구상진(변호사) 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청년>8호에 처음 적용

또한 서청협 관계자가 간윤을 방문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7․4 남북공동성명의 의의와 통일운동의 전망’이라는 글과 ‘민족민주운동진영의 주도로 통일 지향의 정권을 수립하자’는 글 가운데 일부가 청소년유해내용으로 지적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대목을 살펴보면, “평화문제를 해결하려면…미국과 북한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상호적대행위가 종식되어야 한다”(<서울청년>9쪽) “다른 나라 군대가 영토 안에 주둔하고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10쪽) “연방제 통일방안의 구체적 방법은 합의되지 않았다. 다만 연방제 방식으로-중국식으로는 일국양제- 서로의 체제를 인정한 토대 위에 민족적 단합을 추구하자는 통일방안이 합의된 것이다”(11쪽) “민중의 편에 기초한 이번 대선투쟁의 목표는 첫번째, 민주적 정권교체에 있다. 민중이 주인되어 통일조국의 전기를 마련할 정권의 창출이 이번 대선의 중심 과제이다”(15쪽) 등이다.


통일, 대선 관련 글이 문제?

하지만, 간윤의 결정에 대해 서청협은 한 마디로 “어처구니 없다”는 입장이다. 92년부터 발행된 <서울청년>은 서청협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회지일 뿐이며, 대학가 서점에 진열된 것들은 홍보차원의 비매품이라는 것이다. 서청협은 따라서 “이번 결정은 진보적 간행물의 발행을 위축시키려는 의도의 언론탄압”이라고 비난했다.


“정치적 견해는 포르노와 다르다”

이형근 변호사는 “간윤의 결정은 당초 청소년보호법의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정치적 의사표현을 담은 간행물을 포르노와 유사하게 취급하는 것은 법 제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며, 동시에 <서울청년>이 반사회적인 매체라는 판단에도 의문이 간다”고 밝혔다.

청소년유해간행물 결정을 받은 매체들은 유해매체표시 또는 비닐포장, 분류진열 등의 규제조치를 받게 되는데, 단체회지인 <서울청년>에 대해서도 이러한 조치가 내려질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청협측도 일단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조치를 지켜본 뒤, 법률적 대응을 모색하기로 했다.

청소년보호법은 법 제정 단계에서부터 “표현의 자유와 진보운동에 대한 규제기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아왔는데, 이번 <서울청년>에 대해 최초로 그 칼날을 들이대며 이를 현실화했다. 따라서, 청소년보호법에 대한 각계 사회운동진영의 대응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