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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안기부 발표는 조작”

비전향장기수, 오익제 씨 접촉설 부인


안기부가 오익제(전 천도교 교령) 씨의 월북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안기부는 오익제 씨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오 씨가 비전향장기수 왕 아무개(71) 씨를 접촉한 뒤 그의 북송을 추진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안기부의 발표와 달리 왕 씨는 “오익제 씨와 접촉한 사실도 없을 뿐더러 이 문제로 안기부의 조사조차 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왕 씨에 따르면, 안기부는 당사자인 왕 씨를 제쳐둔 채 그의 가족들을 상대로 집중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8남매인 왕 씨의 형제들은 지난 8월 하순경 수사관 4-5명으로부터 각각 방문을 받고 “왕 씨가 오익제 씨를 만난 사실을 아느냐”는 등의 조사를 받았다. 또한 왕 씨의 부인도 익명의 수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왕 씨를 만나게 된 경위와 생활 등에 대해 40여분 간 조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왕 씨는 가족들을 조사한 수사관들이 경찰일 것으로 추정하고 관할 경찰서인 성북경찰서에 항의를 했으나, 경찰은 “가족들을 조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왕 씨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간 직후 병원에 입원중인 그를 찾아와 “오해를 말아달라”는 부탁을 남기기도 했다고 왕 씨는 밝혔다. 이에 따라 가족들을 조사한 수사관들은 안기부 소속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왕 씨는 “감옥에서 나온 뒤, 일․월간지에 기고한 글과 인터뷰 등에서 ‘죽기 전에 북한에 있는 가족과 만나보고 싶다’고 말한 것이나 정부에 비판적인 언급을 한 것을 이제 와서 오익제 월북사건과 연결 지으려 하는 것 같다”며 “안기부가 사건을 조작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왕 씨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을 통해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한 안기부에 대해 법적인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간첩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33년을 복역한 왕 씨는 지난 91년 위암 3기 판정을 받고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비전향장기수로서 현재 쌍문동 한일병원에 입원치료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