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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한타 합의 안한만 못해

노조민주화운동 사실상 공중분해

노동자들에 대한 테러, 업무평가를 빌미로 한 부당징계와 해고, 심지어 해고자를 도운 한 여성에 대한 보복강간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한국타이어(대표이사 홍건희) 신탄진 공장.

이러한 회사측의 탄압과 인권유린 행위에 맞선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투쟁은 각계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며 지난 8월 23일 회사측과의 합의서 작성을 통해 일단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타이어 출신 노동자는 무척 우울한 소식을 전해왔다.

당시 민주노총의 중재로 노사 양측이 합의한 사항은 △10월까지 해고자 7명 복직 △손해배상소송 철회 △쌍방 계류중인 고소사건 취하 △복직후 일주일 내 위로금 지급 등이었지만, 이행된 사항은 '손해배상소송 철회' 건뿐이다. 특히 한국타이어 인권유린 행위를 알리기 위해 전국을 뛰어다녔던 박응용(해고자)씨는 여전히 수배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복직과 위로금 지급 건도 10월말까지라는 시한을 남겨두고는 있으나 해고자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합의이후 노동조건 악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것은 8월 합의와 동시에 노조민주화운동이 사실상 와해됐다는 점이다. 합의서는 노동자측 요구 외에 "합의사항을 악용하기 위한 과대.왜곡 선전을 금한다"는 회사측 요구를 담고 있으며, 이것이 노동자들의 입과 손을 봉해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해고자는 "민주노총의 중재에 따른 것이라 합의를 거부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소식을 전한 노동자에 따르면, 8월 합의 이후 신탄진 공장내 노동조건과 인권현실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변칙적인 변형근로가 도입된 이래 임금책정 없는 잔업이 일상화되고, 생산라인의 노동자 숫자가 줄어드는 등 노동강도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 9월 김 아무개(27, TBR2과)씨가 간부에게 잔업의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다 쇠뭉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또한 회사측은 어용노조의 회지를 이용해 △회사를 두둔하거나 △변형근로를 합리화하는 등 회사측 입장을 선전.주입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일체의 반대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공장 현실에도 불구하고 노조민주화운동을 벌였던 해고자들은 입조차 뻥끗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복직되더라도 각 지역으로 분산

동시에 10월말까지 복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해고자들은 서울.순천.부산 등지로 분산되며, 이는 한국타이어 노조운동의 공중분해를 의미하게 된다. 「한국타이어 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 소속 노동자 등 한국타이어 해고자들은 지난 6월 11일부터 '해고자 복직.손해배상소송 철회 및 고소 철회.폭력테러 및 성폭행 진상규명' 등을 주장하며, 두 달 이상 농성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낯선 일터로의 취직과 몇 푼의 위로금이며, 민주적인 노사관계를 일구려던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허탈함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