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방해공작 불구 ‘희망’ 확인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주제의 박노해문화제가 지난 21일 오후 7시 30분 한양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렸다.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한양대학교 등이 주최한 박노해문화제는 원래 한양대학교 올림픽 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압력으로 무산되고, 학교측이 그나마 노천극장을 허가해 진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행사당일 겨울을 재촉하는 비까지 내려 주최측조차도 행사가 온전히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을 해야했다.
이런저런 걱정을 뒤로하며 행사 1시간 전에 도착한 한양대학교는 정문부터 어수선했다. 사전에 행사를 봉쇄하겠다는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은 성동경찰서에서 전투경찰들을 동원해 겹겹이 정문을 막고 출입을 통제했다. 교문 앞에는 행사관람을 위해 교내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웅성거리고 있었고, 교문 안쪽에서는 20여 명의 학생들이 행사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주최측 관계자는 “비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행사 전날 광고를 통해 행사 무산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경찰측이 체육관을 빌려 주도록 노력하겠다는 등의 말을 해 예정대로 준비했다”며 경찰측의 행태에 분개했다.
하지만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 천주교인권위 오창익 사무국장은 강행의 뜻을 밝혔고, 검문을 뚫고 1천여 명의 관중들이 공연장을 메웠다. 또한 일부 관중들은 안치환, 할리퀸, 리아, 꽃다지 등의 출연가수들이 노래를 시작할 때마다 우산도 쓰지 않고 열광했으며, 가수들도 문화 공연조차 막는 현실에 대해 성토를 했다. 행사 끝무렵, 박노해 씨 부인 김진주 씨는 “’양심수는 있다. 박노해가 있고 백태웅 씨가 있고 서준식 씨도 있다”고 외쳤으며, 1천여 명의 참석자들이 큰 소리로 화답해 공연장의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공연은 여러 가지 여건상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못했다. 출연진 순서가 뒤죽박죽이었으며 미처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문화제를 지켜낸 1천여명의 관람객들은 ‘결국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이날의 주제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가슴 뿌듯한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