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임의동행 때도 변호인접견 당연”
퇴직한 안기부 직원이 안기부에 불법감금되었다가 열흘만에 풀려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일 서울 시내 모호텔에서 안기부 직원들에 의해 강제연행됐던 김홍석 씨는 대통령선거일인 18일 안기부에서 풀려났다. 김 씨는 구속영장도 없이 열흘간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이 기간동안 변호인의 접견마저 불허당했다.
전직 안기부 직원인 김 씨는 지난 10월 사표를 제출했으며 한 정당에 입당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구금과정에서 어떠한 조사를 받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형태 변호사(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는 “안기부가 김 씨의 신체를 구속한 상태에서 설득․협박․회유를 벌여 김 씨가 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안기부장 등을 불법구금 혐의 등으로 형사고발했으나, 아직 사건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안기부를 방문, 김 씨에 대한 접견을 신청했던 김 변호사는 안기부측으로부터 접견을 거부당한 뒤, 서울지방법원에 ‘안기부의 접견불허에 대한 준항고’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17일 서울지법 형사9단독 오천석 판사는 “안기부는 접견불허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오 판사는 결정문에서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나 피내사자의 인권보장과 방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수사기관의 처분은 물론, 법원의 결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정식으로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 뿐 아니라, 임의동행 형식으로 수사기관에 연행된 피의자 및 내사단계에 있는 피내사자에게도 접견교통권은 당연히 인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수사기관에 연행된 피의자와 피내사자에 대해서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인정한 첫 결정으로서, 국내 인권신장에 커다란 도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