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법률 제정·예산 집행' 이유
내무부가 전자주민카드 사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내무부는 "국회가 이미 전자주민카드 시행을 의결했고, 지금까지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자된 이상 사업을 중도포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자주민카드 사업의 추진과정을 살펴볼 때 이같은 내무부의 주장은 '억지'라는 것이 시민사회계의 지적이다.
「전자주민카드 시행반대와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공동대표 김진균 교수, 공대위)는 "전자주민카드제도는 국민의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제도인 만큼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치거나 적어도 국회의 입법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정부가 미리 사업을 벌이면서 예산을 마구 집행했다"고 비판해 왔다.
내무부도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듯, "주민카드 발급비용이 아니라 주민등록전산망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한 것 뿐"이라고 주장하다가, 국회에서 관련법률이 통과되자 "이제와서 제도 시행을 포기하면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된다"고 말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9일 내무부 주민과의 담당 관료는 "주민카드 발급과 관련된 비용은 법률이 통과된 이후에 집행됐다"고 거듭 말했지만, 실제 법안이 제출되기도 전인 97년 1, 2월에 IC카드제조장비와 발급장비 도입계약을 체결하고 대금까지 미리 지불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한편, 국회에서의 검토가 있기전부터 사업을 강행해 왔던 내무부가 이제와선 오히려 국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된다고 입장을 보이는 것도 쓴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내무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의결된 사업이기 때문에, 끝까지 마무리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하면서, "IMF시대를 맞아 긴축재정이 필요하다해도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사안이므로 사업을 유보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심지어 전자주민카드 도입을 반대해온 국민회의측 관계자도 "국회에서 법률이 통과된 사항인데 이미 정리된 문제가 아니냐"며 사업을 중단시킬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공대위는 "근거법률도 없이 예산을 무단 사용한 행정부서의 책임부터 묻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전자주민카드사업을 포기한다는 정책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전자주민카드사업과 관련해 집행된 예산은 4백75억원이며, 올해엔 31억원의 예산이 집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