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대학 신입생에 유인물 배포 말썽
최근 교육부가 '대학 신입생들에게 보내는 글'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제작, 이를 전국의 각 대학에서 배포토록 해 물의를 빚고 있다.
교육부 학생복지정책관실에서 작성한 문제의 유인물은 △운동권 학생이 되는 과정 △한총련의 실체 △좌익운동권 학생들에 대한 형사처벌 △신입생들이 해야할 일 등을 제시하면서, 한총련을 북한의 전위조직으로 주장하는 등 공안세력의 입장을 그대로 옮겨 놓고 있다. 심지어 이 유인물은 대학사회의 전통적 문화인 MT, 동창회, 동아리 모임등도 운동권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치밀한 사전 전략의 하나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신입생들에게 "폭넓은 공부와 사회견문"을 주문하면서도 "자본주의체제의 유지"만이 유일한 가치임을 선전하는 등 신입생들의 다양한 사상접근 노력을 불순시하는 모순된 논리를 드러내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시공부만 하던 순진한 신입생들이 대학에 들어와 생활지도도 받지 못하다 보니 운동권 선배들에게 포섭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유인물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교육부의 유인물에 대해 학생들이 반발하는 것은 물론, 교수와 대학당국에서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다. 서울대학교 대학본부측은 유인물 처리에 난감을 표해오다 이를 단과대 행정실로 넘겼으며, 교수들 사이에도 유인물 배포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도 "교육부가 대학문화와 학생운동 전체를 일방적으로 왜곡·매도하고 있다"며 20일 반박성명을 발표했다. 총학생회는 성명서에서 "교육부의 주장을 비판하기 전에 그 반박과 비판의 무게보다 갑절이나 엄중히 저희의 잘못을 되새기고 반성한다"고 전제하면서, "모든 것을 파시즘적인 흑백논리로 억압하려는 것은 분명 반지성적 죄악"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에도 좌익합동수사본부와 함께 '96년 연세대 사태'를 들어 학생운동을 비난하는 비슷한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