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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성희롱 승소판결이 남긴 과제

대법원, 성희롱 개념규정 회피 아쉬움


우리나라 최초의 '성희롱 소송'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서울대 우조교 사건에 대해 지난 10일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내려졌다. 결론은 우조교의 성희롱 피해를 인정하는 것이었고, 이는 남성적 편견에 대한 건전한 상식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특히 이번 판결을 통해 직장내 성희롱 풍토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됐고, 성희롱의 범위도 신체접촉 뿐 아니라 언어적, 시각적 성희롱까지 법적으로 인정하게 된 것은 커다란 의의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결 역시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여성·법조계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와관련, 「서울대 성희롱 사건 공동대책위」는 23일 우조교 사건에 대한 승소축하연과 함께 판결 평석회를 가짐으로써 이번 판결의 미비점들을 짚어봤다.

이은영 외국어대 교수는 △성희롱을 노동문제로 인식하지 않은 점 △성희롱의 성립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점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성희롱의 정도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는 점 △성희롱에서 누가 입증책임을 지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점 △국가와 서울대 총장에 관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 등을 아쉬운 점으로 지적했다.

심영희 한양대 교수도 "성희롱은 권력관계가 지속되는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되므로 고용관계에서 발견되는 직장내 성희롱은 반드시 명시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또 "대법원이 구체적인 개념규정을 피하고 고용관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앞으로 빈발할 성희롱 사건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성희롱 방지를 위해 직장내 성희롱을 남녀고용평등법에 포함시키는 문제와 사법적 감시, 장기적인 교육을 통해 사회통념을 깨나가는 것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