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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우연한 만남' 트집

기획사 실장, 경찰에 시달려

경찰이 수배자를 잡기 위해한 획사 운영자에게 프락치활동을 강요하고, 심지어 사업과 생명을 담보로 온갖 협박을 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충무로에서 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아무개 씨는 "지난 4월말경 수배중인 유병문(전 동국대 총학생회장, 96년 한총련 조통위원장) 씨를 만났다는 이유 때문에 계속적으로 경찰의 시달림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씨는 유병문 씨가 동국대 총학생회장이 되기 전부터 자료집과 포스터 제작 사업 등을 통해 알고 지내던 사이였으나, 유 씨가 수배된 이후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다. 그러던중, 4월말경 유 씨로부터 연락이 와서 그를 만났고, 이때 유 씨는 "요즘 글을 쓰고 있는데 책을 내고 싶다"며 "원고가 마무리되면 보내겠다"는 말을 전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경찰이 찾아온 것은 그 직후

한 씨는 "수배자를 만난 사실은 총학생회 몇 명만 알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내용이 샜는지 경찰은 확실한 제보내용을 가지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당시 형사들은 "동국대에 등록금을 대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를 통해 알아냈다"고 말했다고 한 씨는 밝혔다.


경찰, 프락치 강요

'본청' 소속이라고 밝힌 형사들은 한 씨에게 "지명수배자를 만나고도 신고하지 않은 것은 죄지만 우리를 도와주면 보호해주겠다"고 협박과 회유를 섞어가면서 한 씨에게 사실상의 프락치 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전한다. 형사들은 한 씨에게 연락처를 적어주며, "유병문 씨가 오면 우리에게 연락해라. 그리고 그에게 만나자고 하면 우리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형사들은 근처 다방 또는 여관에 상주하면서 한 씨 주변을 계속 감시했으며, 심지어 한 씨가 출퇴근 또는 외출할 때마다 항상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때로는 "의형제를 맺자"고 회유하다가도 "다리를 분지르겠다. 생매장하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으며, '세금'을 들먹이면서 "말 안 들으면 영원히 이 사업을 못하게 하겠다"고 위협한 사실도 있다고 한 씨는 말했다.


감시와 공포에서 벗어나야

이처럼 경찰에 시달리던 한 씨는 보복이 두려워 이같은 사실을 밝히지 못하다 최근 용기를 낸 끝에 <본지>를 찾아왔다.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뒤에도 한 씨는 여전히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한편, 차병직 변호사는 "경찰의 행위는 당연히 위법한 것이며, 한 씨는 민형사소송을 통해 국가로부터 위자료 등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