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기준없고, '미전향'도 제한 사유
미결구금자에 대한 접견권 보장 등, 사법제도상의 인권보호장치를 확대하겠다던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최근 안동교도소 미결수인 이동욱(안동대 총학생회장) 씨는 가족 외에 일체 면회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안동교도소(소장 박청효) 보안과 관계자는 "친족을 제외하곤 면회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결수는 재판에 미칠 영향과 증거인멸의 우려 때문에 면회를 더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기원 변호사는 "수사단계에서 증거수집이 다 되어 있고, 특히 교도관이 면회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증거인멸이나 범죄모의가 가능하겠냐"며 "기결수는 물론,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아야 할 미결수에 대해 접견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주교도소에서는 미전향수에 대해 접견을 제한하고 있으며, 그러한 접견제한 조치조차도 합리적 이유없이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전주교도소를 방문한 윤성식(전 사월혁명연구소 소장) 씨, 홍근수 목사, 김규철(김낙중 석방대책위 운영위원장) 씨 등은 수감중인 손병선(92년 남한조선노동당 사건 관련 구속)씨에 대한 면회를 신청했으나, 홍 목사와 김규철 씨의 면회만 허락받고 윤성식 씨의 면회는 불허당했다.
이에 대해 최해룡 전주교도소장은 "손 씨에 대해서는 가족과 성직자들만 면회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윤성식 씨의 면회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직자가 아닌 김규철 씨에게 면회를 허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부터 면회를 해왔기 때문에 허용한다"는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폈다. 또한 최 소장은 "손 씨의 면회를 제한하는 이유는 전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윤기원 변호사는 "재소자에 대한 접견제한은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기준과 교도행정의 목적에 부합해야 하지만, 현재 교도소측이 '멋대로' 접견을 제한하고 있다"며 "재소자 접견을 제한하는 경우를 명확히 규정하고, 그 외에는 접견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운영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행형법은 "수용자는 소장의 허가를 받아 타인과 접견할 수 있고,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부적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허가해야 한다"(제18조)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교도소는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접견을 제한하고 있다.
간염환자 약품차입도 불허
한편, 손병선 씨를 면회한 홍근수 목사에 따르면, 전주교도소측은 간염(C형)을 앓고 있는 손 씨에 대해 외부로부터의 약 차입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교도소측은 손 씨에게 치약과 치솔도 반입시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