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주의자들, 법정서 불법수사 폭로
지난 3일 서울지방법원에서는 지난 5월 7일 연행,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국제사회주의자(IS) 회원 11명의 재판이 열렸다<관련기사 5월 8,9,13일>. 이날 재판에서는 11명 중 박효근(국민대 86)씨와 주수영(덕성여대 92)씨의 모두진술이 있었다. 이들은 이날 모두진술에서 수사과정상의 인권침해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진술했다. 다음은 이들의 모두진술을 요약․발췌한 것이다.<편집자주>
◎ 박효근(국민대 중문 86학번)씨
지난 5월 7일 연행될 당시 지하 술집에서 10명 정도가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경찰은 우리에게 체포영장도 제시하지 않았고 미란다 원칙도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연행했다. 단지 무슨 흰 종이 같은 것을 들고 "당신들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한다"는 말만 했을 뿐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체포 당시 내가 무슨 이유로 체포하냐고 항의하자, 그 순간 바로 경찰은 나를 향해 정면으로 권총을 겨누었다. 그 당시 같이 있던 10명중 반이 여성이었는데 우리들이 모두 강력히 항의하자 경찰은 곧바로 공포탄을 발사했다.
우리가 지금 재판정에 선 것은 바로 경찰에 의해 침투된 프락치를 이용한 함정수사 때문이다. 프락치 공작은 예전에 파시스트국가나 독재정권이 흔히 사용하던 수법이었는데 이미 50년 전에 미국에서는 수사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다는 이유로 재판부가 무죄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의 조사과정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 이유는 피의자의 자백에 근거한 수사가 관행처럼 퍼져있는 상황에서 진술거부권은 피의자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사관들은 그런 나에게 “그러면 더 많은 형을 받을 것이다.”, "진술거부는 곧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진술을 거부하는 것을 보니 너희는 골수 IS다.” 등등의 협박과 회유를 계속했다.
◎ 주수영(덕성여대 92학번)씨
체포 당시 난 발목 부분의 골절로 허벅지까지 기브스를 한 상태였고 현재는 무릎까지 하고 있다. 구속수사 과정에서 자연히 다리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고 심한 통증으로 인해 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의사가 잘못하면 다리를 절게 될 수도 있다고 한 말이 생각나 불안했지만, 경찰은 그런 나를 끌고 와서는 이틀동안 잠도 재우지 않고 조사를 했다. 기브스한 다리가 부어 올라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새벽 5시까지 조사를 받고 2시간만 잤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새벽 2시 30분까지 조사받았다.
또한 구치소에서는 한쪽 다리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좌변기에서만 대․소변이 가능한데 그것이 불가능한 방에서 4일간을 지냈다. 대변은 하루에 한번씩 다른 곳에서 해결하게 했지만 소변은 방에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다. 결국 소변은 낯선 아줌마들이 양 겨드랑이를 붙잡은 상태로 몸이 들려진 채로 해결했다.
구치소에서는 빨래를 직접 해야 했는데 한쪽 발로 서서 한 손을 벽에 짚은 채 한 손으로 빨래를 해야했다. 내가 있는 방에서는 다리가 아파 눕고 싶어도 자리가 좁아 내가 누우면 같이 있는 사람들과 실갱이를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수사관들은 나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법원으로 다시 구치소로 계속해서 끌고 다녔다. 결국 보다못한 어머님이 직접 휠체어를 마련해 주었다.
어느날은 오랜 조사로 다리가 붓고 져려 밤에 잠을 잘 수도 없을 만큼 고통스러워 울기도 많이 했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나는 휠체어에 2시간이 넘도록 앉아만 있어, 너무 힘이 들어 이것은 고문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사에게 묵살당했다. 결국 고통을 참다 못한 나는 스스로 휠체어에서 내려와 책상앞 바닥에 누울 수 밖에 없었다.